일본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의 고전,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실사 영화가 드디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화이트워싱 논란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실사화 과정이었지만, 화려한 CG들이 동원된 비주얼과 액션 신들은 기존 팬들 역시 사로잡을 수 있을 듯해 보인다. 코믹스, TV판 애니메이션, 극장판 애니메이션, 게임 등 숱하게 쏟아져나온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할리우드 버전 실사영화가 지닌 차별점은 무엇일까? 할리우드에서 재해석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원작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봤다(시로 마사무네의 코믹스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연출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를 기준으로 삼는다).
실사로 볼 때 더 압도적인 광학미채 슈트
신체에 한겹을 덧씌운 듯 가볍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쿠사나기 소령의 슈트는 원작 시절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 속에서 구현된 광학미채 슈트의 모습은 어떨까?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VFX(시각특수효과)를 담당한 웨타 워크숍이 스칼렛 요한슨의 신체에 점토로 본을 뜬 뒤, 그녀가 연기하는 장면에 그 본을 토대로 작업한 VFX를 씌웠고 여러 효과를 덧입혀 광학미채 슈트가 탄생했다. 메이저가 옷을 벗고 뛰어내리는 옥상 점프 장면에서 광학미채가 투명하게 빛나며 변하는 장면은, 2D 애니메이션이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감흥을 준다. 원작 팬도 만족스럽게 볼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비주얼로 기억될 것이다.
쿠사나기 소령 vs 메이저 미라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영혼,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은 영화에선 어떤 모습일까. 영화 속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은 ‘메이저’(소령) 미라다. 스칼렛 요한슨이 쿠사나기 역을 맡으면서 화이트워싱 논란이 일었고, 파라마운트가 CG를 동원해 최대한 동양인처럼 보이게 처리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며 더 뭇매를 맞았으나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의 특징에 힘입어 메이저는 마르고 무성적인 병기의 느낌인 원작의 쿠사나기와 달리 생생하고 육감적인 신체를 지닌다. 전자가 의체로서의 정체성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라면 후자는 보다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작의 쿠사나기 소령은 감정과 사생활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전투기계인 동시에 자신이 기계인지 인간인지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을 지닌 인물로, 동료 바토와의 러브 라인도 미약하게 표현되어 있다. 반면 푸티지 영상을 통해 공개된 스칼렛 요한슨의 메이저는 인간으로 시작한다. 인간 미라가 죽기 일보 직전 사이보그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도입부다. 의안을 지닌 비토도 원래는 정상적인 눈을 지녔으나 사고를 통해 눈을 잃게 된다는 설정을 덧붙이면서, 본래 인간성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임을 강조했다. 메이저를 향한 연모의 감정도 원작보다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기계 사이에 있는 이들은 원작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오리지널 캐릭터, 오우레 박사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는 원작에는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 메이저를 창조한 여성인 오우레 박사가 등장한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창조하는 건 여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원래 남자 과학자였던 캐릭터를 오우레 박사로 변경해 설정했다고 말했다. 야심과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과학자이자 메이저의 어머니 격인 오우레 박사 역엔 줄리엣 비노쉬가 캐스팅됐다. 줄리엣 비노쉬는 이번호 <씨네21>과의 인터뷰(75페이지)에서 “오우레는 메이저에 대한 애착이 있으며 창조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인물로, 남자들에 의해 조작되는 세계에서 메이저와 오우레의 위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