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간하는 자료 중 가장 인용 빈도가 높은 것이 매년 2월경 발행하는 전년도 ‘한국 영화산업 결산’(이하 ‘결산’)일 것이다. 올해 ‘결산’은 이전과 달리 새로운 통계가 제시되었다. 신설된 ‘시장집중도’ 항목에서 집중률 통계(CRk, HHI)를 기본으로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상영배정 집중도’ 통계가, 극장체인과 배급사간의 내부 거래를 파악할 수 있는 ‘좌석배정지수’ 통계가 제시되었다. 또한 ‘한국영화 제작비와 투자 수익성’ 항목에서는 새로이 ‘핵심상업영화군’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좌석배정지수’다. 전체 좌석에서 차지하는 배급사별 좌석비중(전체 평균)과 개별 극장에서 개별 배급사들에 배정한 좌석비율(극장평균)을 비교하여, 1이 넘으면 평균보다 더 ‘우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념은 좌석점유율과의 연관성이 제외되어 있어 한계가 많다. 첫째, 좌석점유율과 예매율이 빠진 좌석배정지수는 결과적으로 모든 극장이 스크린 배정과 관련해서 동일한 프로그래밍을 하라는 담합 명령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좌석배정과 좌석점유율이 비례할 것이라 가정할 수는 있다. 이때 계열사 관계에서 1 이하 값인 경우는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결산’의 통계만 놓고 보자면 1보다 높은 관계는 모두 부당내부거래로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셋째, 어느 수준이 계열사를 우대하는 내부 거래의 기준인가? 10%? 마지막으로 좌석배정지수에는 CJ CGV 아트하우스와 메가박스플러스엠을 별도로 집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내부 거래의 핵심이지 않은가.
가장 큰 문제는 ‘핵심상업영화군’이다. ‘결산’은 총제작비 10억원 이상이거나 최대 개봉관 수 100개관 이상인 영화를 상업영화,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이거나 최대 개봉관 수 300개관 이상인 영화를 ‘핵심상업영화군’으로 새롭게 정의해 구간별 수익성을 분석하였다. 그런데 굳이 특정 구간(예컨대 왜 40억원이 아니고 30억원인가?)을 분리하여 ‘핵심’이라 지칭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상위 그룹이라 하면 되지 않나? 누가 핵심인 줄 모르나? ‘결산’은 “‘영화산업 육성’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이 시점에서”(아마도 이 문구가 영진위가 영화산업을 바라보는 기본태도일 것이다) “이제 정부와 영진위의 영화정책의 초점을 독립·예술영화 활성화에 맞춰야 할 때다”라고 개관하면서, 정작 ‘핵심’은 따로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책적 우선순위와 통계의 대상은 다르다고 하지 말고, 내 영화는 핵심영화가 아니라 자조하는 ‘비핵심’ 영화인들을 헤아리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