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Ballerina
감독 에릭 서머, 에릭 와린 / 촬영 제리카 클레랜드 / 음악 클라우스 바델트 / 음향 브루노 세즈넥 / 목소리 출연 엘르 패닝, 데인 드한, 매디 지글러, 칼리 레이 젭슨, 엘라나 던클먼 / 제작연도 2016년 / 상영시간 89분 / 등급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이 유독 강점을 보이는 소재들이 있다. 꿈과 희망, 성장의 드라마는 언젠가부터 애니메이션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는데, 단순히 아이들이 많이 보는 장르라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으로 했을 때 더욱 호소력 있는 소재들이기 때문이라 보는 편이 타당하다. 상상을 현실로 그려내는 애니메이션은, 꿈이 현실이 되는 이야기와 여러모로 겹친다. 실사영화에서는 유치하고 식상한 표현들도 애니메이션에서는 넉넉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바로 애니메이션과 꿈이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발레리나>는 춤을 추고 싶은 한 소녀가 발레리나라는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다. 실사영화였다면 지적받았을 여러 가지 비약과 구멍들이 애니메이션 <발레리나>에서는 매력으로 탈바꿈한다.
고아 소녀 펠리시(엘르 패닝)와 소꿉친구 빅터(데인 드한)는 각자 꿈이 있다.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펠리시와 발명가를 꿈꾸는 빅터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아원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한바탕 소동 끝에 탈출에 성공한 두 사람은 대도시 파리에서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펠리시는 무작정 찾아간 오페라하우스에서 문전박대당하고, 그곳에서 한때 최고의 발레리나였지만 부상당한 후 지금은 오페라하우스 청소부로 일하는 오데뜨를 만나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다.
<발레리나>는 “꿈은 현실이 아니야”라는 고아원 원장수녀의 차가운 말에서 시작해 “꿈은 반드시 이뤄져!”라는 펠리시의 도약으로 끝나는 영화다. 한두명의 악역을 제외하곤 온 세상이 펠리시의 꿈을 응원하는 것처럼 일이 풀려나가고 간혹 찾아오는 위기도 기적 같은 우연이 겹쳐 극적으로 해결된다. 여느 영화라면 비현실적인 전개라 흠잡을 만한 것들이 <발레리나>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녀가 꿈을 이룬다’는 명제에 충실한 이 작품은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인 전개, 소재, 장치들을 고스란히 반복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발레리나>의 익숙함은 애니메이션이 허락한 장점들을 잘 조합한 균형감 있는 선택에 가깝다. 명료한 주제와 신나는 연출, 익숙한 전개는 아이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편하고 즐거운 애니메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