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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컨택트> 에이미 애덤스
안현진(LA 통신원) 2017-02-16

외계인이 나타났다. 전쟁에 앞서 그들이 왜 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전세계가 하나로 움직인다. 언어학자, 수학자, 과학자가 한데 모여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연구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컨택트>를 보면 상대방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가 언어라는 걸 알게 된다. 영화에서 외계인의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애덤스)는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체의 모든 기관과 감정을 이용해 미지의 생명체와 대화를 시도한다. 소리로, 손짓으로, 눈빛으로, 호흡으로 절실하게 말을 건네고 진심을 다해 듣는다. <컨택트>의 배우 에이미 애덤스를 만난 건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을 일주일 앞둔 11월2일이었다. 그때보다 더 소통과 이해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지금, 에이미 애덤스와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가 있나.

=어떤 것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각본을 본 순간 욕심이 났다.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맨 처음 읽었을 때는 감정적으로, 여러 번 읽을수록 지적으로 자극되는 걸 느꼈다. 각본을 한번 읽은 뒤에 다시 읽기 위해 처음으로 돌아갔다. 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그렇게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이 이야기가 영화화됐을 때 일부분이 되고 싶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과학적인 방향에서 이 영화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영화가 ‘언어’에 대해 과학적인 조명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말’에 관심이 많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해석해 옮기는 것을 즐겼다. 영화에서 보이는 것은 언어의 탄생과 그를 이용한 소통의 시작이다. 내게 딸이 있는데,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는 걸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 누군가에게 말을 가르치는 입장이 된다는 것 역시 매력적이었다. 이런 것들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뛰어들 만했다. 언어학자가 된 건 아니지만(웃음) 영화를 촬영하면서 인류학적으로 또 사회학적으로 언어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저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사용되는 지역의 문화까지도 익힐 수 있는, 한 시대를 배울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 말고 다른 언어를 말할 수 있나.

=아니다. 하지만 몇몇 언어는 약간은 알아듣는다. 복잡한 내용까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는 천천히 말하면 따라갈 수 있다. 물론 정말 기초 수준이다.

-언어학자와도 만났나.

=물론이다. 몬트리올대학의 교수를 만나서 언어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크게 도움이 됐다. 마야어를 연구하는 사람이었는데, 언어를 배우는 것이 문화에 대한 커다란 몰입이라는 걸 이해했다. 이런 경험과 교수로서의 생활, 그 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에 대해 들었다.

-엄마라는 사실이 영화 속 모녀 관계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나.

=도움이 됐다. 하지만 아이를 잃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인정을 베풀게 되므로 이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서 꼭 부모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장면을 촬영할 때는 그 별것 아닌 디테일을 표현하기에 부모라는 게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가 특히 그렇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할 때, 과장해서도 안 되고 너무 많은 정보를 주거나 복잡하게 말해도 안 되는데, 그런 걸 부모가 됨으로써 배운다고 생각한다.

-최근 할리우드는 SF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나.

=트렌드가 된 지 꽤 된 것 같다. 우주에 대한 매료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그에 대한 탐구와 상상은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지독한 헌신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 역시 블랙홀이나 새로운 행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궁금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 미지의 존재에 대한 상상은 낙천적인 믿음이나 다름없다. 나는 저 우주에 우리보다 큰 존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우주선이 도착하자 전세계가 함께 대응하는 것도 상당히 낙천적이다.

=현실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요즘이지만 영화에서 사람들이 대응하는 모습은 이상적이다.

-그런 점 역시 영화에 출연하게 된 한 요소인가.

=그런 것 같다.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요즘이기에 영화를 촬영할 때보다 더욱 영화 속 상황이 진짜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전세계적인 대응과 협조, 그런 가운데 보여지는 문화적 충돌을 다뤄야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떤 정치적인 이유에서 영화를 만들거나 출연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에 변화된 상황을 보고 있자면 어떤 식으로든 현실과의 연결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화 속 루이스와 이안(제레미 레너)의 관계도 흥미롭다.

=맞다. 그 관계가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건 아니지만 둘은 과학과 수학, 언어학을 서로간의 소통을 위한 언어로 사용한다. 내 상상 속에서 둘은 그런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키우고 이해하게 된 게 아닐까. 처음부터 루이스가 이안을 존경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눈앞에 놓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가 필요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걸 알고, 각자의 강점에 집중한 거다. 둘의 관계가 그런 과정을 통해 발전했다는 사실이 맘에 든다.

-외계인 디자인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놀랍다고 여겼다. ‘촉수를 가진 유기체’라는 설명에서 시각효과팀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대단했다. 이 영화는 특수효과가 주가 되진 않지만 외계인 디자인은 훌륭했다. 효과팀의 작업에 연신 감탄하곤 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드니는 이미 훌륭한 필모그래피를 쌓았지만 이제야 더 많은 사람들이 그가 가진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보기 시작했다. 드니는 그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열정과 애정을 갖고 이야기한다. 그건 정말 흔치 않은 자질이다. 그와 함께 일한 배우들은 모두 그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한다. 한 장면 촬영이 끝나면 그는 내게 와서 “당신의 연기를 깊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때로는 그냥 “오케이, 다음 장면으로 갑시다”라고 말했는데, 그럼 나는 “아니에요. 깊이 사랑받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곤 했다. (좌중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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