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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고어 버빈스키 감독과 데인 드한의 만남 <더 큐어>
안현진(LA 통신원) 2017-02-10

맨해튼의 투자회사에서 홀로 야근하던 남자가 급사한다. 그 빈자리를 꿰찬 행운아는 젊디젊은 록하트(데인 드한)다. 축배를 들 새도 없이 록하트는 이사회의 모임에 불려가는데 이 자리에서 스위스의 재활센터에서 돌아올 줄 모르는 회사 대표 헨리 펨브로크를 뉴욕으로 데려오라는 임무를 받는다. 록하트가 4천 마일(6437km)을 날아 도착한 곳은 고즈넉한 숲속 고성을 재활센터로 이용하는 곳이다. 한적한 마을을 지나고도 차로 꽤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그곳은 현실과 동떨어진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든 것이 느릿하게 이루어지는 곳에서 딱히 아픈 곳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흰 가운을 입고 테니스를 치거나 낱말풀이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좀비 같은 표정으로 아쿠아로빅을 하고 치료로 스파를 즐긴다. 성질 급한 록하트는 헨리를 만나려 하지만 왠지 쉽지 않다. 다음날 다시 오려고 마을로 돌아가던 록하트는 절벽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창백한 소녀 한나(미아 고스)를 발견한다.

“치료가 병보다 나쁘다면? 이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다.” <더 큐어>의 메가폰을 잡은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순백의 코스튬 뒤에 숨겨둔 어두운 그림자를 속속 드러낸다. 현대의 월스트리트에서 출발한 영화는 스위스의 고성에서 중세풍의 스릴러가 됐다가, 오래된 병원에서 심연의 공포와 마주하는 호러물이 되며 변신을 거듭한다. 마을로 돌아가던 길에 느닷없이 튀어나온 사슴 때문에 다리를 다쳐 방문객에서 순식간에 환자가 된 록하트는 수상한 센터의 내부를 돌아다니며 헨리를 뉴욕으로 데려가려고 궁리하는데, 록하트의 발이 묶인 그곳은 하나의 문이 열리면 더욱 수상한 공간이 열리는 비현실적 세계일 뿐이다.

러닝타임이 146분에 달하는 <더 큐어>는 어떤 면에서든 대담한 영화다. 90분 길이의 인상적인 공포영화가 거의 매달 새로이 개봉하는 할리우드에서 이토록 느린 진행의 1970년대 스타일의 공포영화가 제작됐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독일 내 15곳에서 촬영한 이유로 독일 연방필름펀드(Germany Federal Film Fund)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관객의 등을 미는 방법과 빵 부스러기를 떨어뜨려 줍게 만드는 방법이다.” 후자를 택했다는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스릴러로 출발해서 호러로, 또 미스터리 스릴러로 장르를 바꿔가며 관객의 호기심을 끈질기게 요구한다. <더 큐어>는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충격의 강도를 높인다. 물에 대한 공포, 치과에 대한 공포, 시체에 대한 공포, 그리고 뱀에 대한 공포가 있다면 이 영화는 악몽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버빈스키 감독은 “악몽에 들어선 남자가 그 꿈에서 깨어나는 과정”이라고 <더 큐어>를 설명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은 거울 이미지와 반사 이미지가 집착에 가깝게 반복되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현실과 꿈, 보는 것과 믿는 것, 실재하는 세계와 실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표현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하지만 그 집착을 조금 덜어냈다면 러닝타임도 덜어낼 수 있었을 거라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꼬집는다. <가디언>은 더 심하다. “약세인 호러 장르에 대한 희망이 엿보이지만, 총체적 난국을 치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더 큐어>의 성취를 꼽자면, 리메이크도 리부트도 속편도 아닌 오리지널 아이디어의 영화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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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