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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폴 앤더슨 감독
송경원 2017-01-26

15년간 6편을 제작한 <레지던트 이블>은 이미 게임과 별개인 독자적인 시리즈라 할 만하다. 폴 앤더슨 감독은 그중 4편을 직접 연출했고 각본 작업에는 전부 참여했으며 시리즈의 전체 그림을 그린 장본인이다. 드디어 파이널 챕터에 접어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시작과 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5년을 이어온 시리즈다. 이번 영화의 첫 번째 목표는 무엇이었나.

=나만 알고 있었던 설정이 있다. 1편은 앞뒤 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앨리스(밀라 요보비치)의 등장부터 시작한다. 앨리스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는 앨리스를 연기하는 밀라 요보비치도 몰랐다. 그간 입이 근질근질해서 혼났다. (웃음) 이번 영화를 통해 비로소 원점으로 돌아가 애초에 구상했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단도직입으로 묻겠다. 엔딩을 보면 속편이 또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인가.

=1편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번 결말을 구상했다. 물론 정확한 형태는 아니지만 내 마음속엔 분명 시작과 끝이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의 엔딩은 따로 속편을 염두에 둔 장치가 아니다. 사람들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뭔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 혹은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 열린 결말로 가져갔다.

-<레지던트 이블>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흥행이 어렵다는 징크스를 깬 시리즈다. 앞으로 제작될 게임 원작 영화들에 조언을 한다면.

=게임 원작 영화가 실패하는 사례는 무수히 봐왔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 하드코어 유저와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하는 관객, 다른 두 집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드코어 유저들은 비디오게임의 세계관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흥행을 위해선 그들도 필요하지만 게임을 아예 모르는 관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공감대가 필요하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선 오리지널 캐릭터인 앨리스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앨리스는 영화의 구심점이자 영화의 세계관을 함께 알아가야 하는 관객의 아바타인 셈이다. 앨리스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게임 요소들을 가져왔는데 게임에 바치는 헌정이자 경의의 표현이었다. 마니아와 일반 관객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앨리스 캐릭터와 배우 밀라 요보비치 각각의 매력을 설명한다면.

=둘을 떼어놓고 보긴 쉽지 않다. 대개는 배우에게 캐릭터를 설명해주는데 <레지던트 이블>에선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배우와 캐릭터 모두 잃어버린 정체성, 빈칸을 채워나가는 이야기가 형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밀라의 개성이 앨리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갔다. 앨리스는 호기심 많고 강하고 자신감 넘치고 우아하다. 밀라도 마찬가지다.

-이번 영화는 바이크, 총격, 애크러배틱, 타워 액션 등 공들인 액션 시퀀스들이 많아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랑하고 싶은 장면을 꼽는다면.

=그걸 고르라고 하는 건 잔인하다. (웃음) 우선 엄브렐라 요원들의 함정에 빠져 거꾸로 매달린 앨리스의 연기를 꼽겠다. 허공에 매달린 앨리스가 이것밖에 안 되냐며 비웃음을 날리는데 그건 밀라의 즉흥 연기였다. 딱 떨어지는 느낌이라 좋았다. 두 번째는 레이저방의 시퀀스를 고르고 싶다. 1편의 시그니처 액션 장면이었던 만큼 긴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살릴 수 있어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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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