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으로 편성된 tvN 예능 프로그램 <편의점을 털어라>는 출연자들이 편의점 식품으로 ‘꿀 조합 레시피’를 소개한다. MC 윤두준이 1인가구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보여줬던 편의점 음식 조합의 확장이기도 하고, 몇몇 아이디어는 이미 보았음에도 새삼 숨이 턱턱 막혀왔다. 같은 방송사의 <수요미식회>가 실패 없는 소비를 위해 가성비를 추구하는 가난한 주머니라도 근사한 경험을 원한다는 전제를 두고 그에 부응한다면, <편의점을 털어라>가 제안하는 ‘꿀 조합’은 대충 짐작 가능한 경험 안에 있으며 가성비와도 거리가 멀다. 편의점 간편식 식재료로 일본 라멘을 만드는 비용과 노력을 계산하면 잘하는 가게에 가서 한 그릇 사먹는 편이 훨씬 나은 경험이고 이득임을 제작진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편의점을 털어라>는 가질 수 있는 것의 범위가 고작 열평 남짓한 편의점으로 제한된 세계에서의 낭비를 오락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주어진 재료 안에서 의외의 조합을 찾고 평가하는 행위는 분명 오락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1만원짜리 음식을 조합하기 위해 1만2천원어치 재료를 모아다가 4천원짜리 맛을 만들어냈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상, <편의점을 털어라>는 실패를 포함하는 온전한 오락이 되지 못한다. 레토르트 컵 스프에 비빈 파스타를 식빵 안에 채워넣고 레스토랑 파네보다 낫다고 극찬하는 종류의 평가 역시 기만이다. 좋고 나쁨을 분별할 기준으로 삼을 공통의 경험이 잔뜩 위축된 현실 위에서 작동하는 기만. 정말이지 무언가 끝장났구나 싶어 암담해진다. TV를 보며 구매력의 차이만 인지하다가 경험과 소비의 범주가 쪼그라든 진짜 불황을 실감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