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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공조> 김성훈 감독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7-01-19

남한 형사보다 세련된 북한 형사. 코미디보다는 액션에 방점을 찍는 영화. 김성훈 감독의 신작 <공조>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짐작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영화였다.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를 조명하는 이 작품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성훈 감독의 엔터테이너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전작 <마이 리틀 히어로>(2012)의 흥행 부진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만 결코 방심하지 않는 자세로 <공조>를 만들었다는 김성훈 감독에게 두 번째 장편 상업영화를 마친 소회를 물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인가.

=JK필름에서 제안을 받았다. 북한 형사가 주인공인 시나리오가 있는데, 남과 북이 최초의 공조수사를 한다는 포인트가 재밌더라. 스파이물이나 진중한 액션영화가 아닌, 가벼운 필치의 오락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그동안 꽤 있었다. <의형제>(2010), <용의자>(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영화와의 차별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가볍고 밝게 만들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의 시나리오에는 체제간 갈등에 관련된 묵직한 설정들이 있었는데, 이 설정들을 의도적으로 덜어냈다. 그렇게 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진중한 설정들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남북간의 이야기를 다룬 이전의 영화들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공조>의 장점은 참신함보다는 오락적인 요소에 있다고 봤기 때문에 강점을 살리는 편이 낫겠다고 봤다. 개인적으로는 <공조>에 합류하기 전 영화 만들기에 대한 고민이 좀 컸다. 물론 영화가 사회상을 담고 시대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스스로 너무 경직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즐겁게 영화를 관람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영화 연출에 대한 고민이 컸던 나름의 이유가 있나.

=전작 <마이 리틀 히어로>의 흥행 부진에 대한 타격이 컸다. 어렵게 첫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니 자기반성의 시간이 길었다. 첫 영화에 너무 욕심을 많이 부렸나, 성급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관객이 관심이 없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를 마치고 1년간 차기작의 주제와 메시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공조>의 조감독이 내가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즐겁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 이 작품을 하는 게 좋겠다고 추천을 많이 했다.

-<공조>의 흥미로운 포인트는 남한 형사와 북한 형사의 비중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동등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두 캐릭터의 개성과 차이점을 뚜렷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도 있었을 거다. 캐릭터의 컨셉을 잡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나.

=강진태(유해진)의 경우 말이 앞서는 인물이기 때문에 대사량이 워낙 많았고, 감정이나 이야기톤을 디테일하게 짜야 했다. 3일간의 여정 중 그가 겪게 되는 에피소드별로 감정의 정도를 다르게 가야 했는데, 진태의 감정선에 대해 유해진 선배가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해줬다. 반면 림철령(현빈)의 경우 대사보다는 액션으로 그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현빈씨에게도 철령의 액션과 속도감, 그로부터 보여지는 목적성이 곧 철령의 사연을 대변한다는 얘기를 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코믹 수사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난 뒤에는 액션영화라고 생각할 만큼 짐작보다 액션 신의 비중이 크다.

=<공조>를 찍으며 계속 강조했던 부분이 첫 번째가 액션, 그다음이 드라마와 코미디라는 점이었다. 미국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리쎌웨폰>과 <나쁜 녀석들> <다이하드>처럼 액션의 비중이 큰 영화를 언젠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한번 제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전반적으로는 눈이 편안하면서도 속도와 긴장감은 잃지 않는 액션을 선보이고 싶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액션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장면의 쾌감이 상당하다. 또 이태원에서의 카체이싱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싶을 정도로 긴장감이 넘치더라.

=인물들이 기교를 부리지 않고 밑으로 훅 떨어졌을 때의 쾌감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관객의 머릿속에 남았으면 했다. ‘아, 싸우는구나’가 아니라 ‘저들이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뛰어내리는구나’를 알아줬으면 한 거다. 이런 액션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공이 많이 들어간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돈 쓰고 티가 안 나니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액션 신을 연출하는 데 분명 어떤 성취가 있을 거라고 봤다. 이와 더불어 이태원이나 울산대교 같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로케이션에서 액션 장면을 촬영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오세영 무술감독이 고생을 많이 했다. 이태원 카체이싱 장면의 경우 무술감독님급 스탭들만 10명 이상 모였다. 통제하기도 힘들고 사람이 다칠 수도 있는 장면이라 준비를 많이 했는데, 기본 원칙은 가장 익스트림한 장면을 단면적으로 보여주자는 거였다.

-‘민주적으로, 아니 공산적으로 해결합시다’ 등 북한이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대사가 많더라.

=두 형사가 우정을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대사를 들려주는 건 이데올로기나 교육 같은 환경이 사람의 진실한 마음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이념간의 갈등을 최대한 배제하려 했던 이유도 두 사람의 우정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상대방이 나의 이익과 대비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서로간에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기본적으로 휴머니스트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작 <마이 리틀 히어로>도 그런 관점의 영화였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많이들 하니까. 어디서든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야 내일을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지 않겠나. 현실적인 변화를 거부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내일도 슬플 거라고 생각하면 삶이 너무 고달플 것 같다.

-진태가 철령에게 직접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지적하는 장면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풍자의 의도로 넣은 장면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사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잖나. 보통은 당사자가 없을 때 말을 하지만, 면전에 대고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풍자하고 싶었다. 진태를 연기한 유해진 선배도 처음에는 이런 장면을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하더라. 풍자의 의미로 생각하고 가볍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아직은 이르지만, 차기작 계획이 궁금하다.

=이번에는 쉬지 않고 바로 3월 즈음에 차기작의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할 것 같다. 사극이고 안티 히어로적인 느낌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이미지는 있는데 아직 명확하게 컨셉이 잡힌 건 아니다. 아마 머지않아 구체적인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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