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더 큰 싸움의 시작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를 지치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들고, 광장으로 나아가게 만든 그것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몇년 전 유행하던 힐링과는 다른 의미로 지금 우리에겐 위로가 필요하다. 옆을 보면 손 잡아주는 사람이 있고, 뒤를 돌아보면 같이 눈을 맞춰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삶에 힘을 준다.
이 지면에 올렸던 JTBC의 <말하는 대로>가 도심 곳곳의 이른바 ‘스피커스 코너’로 머리를 따뜻하게 만들었다면, 연남동에 새로 개업한 tvN의 <인생술집>은 인생의 이야기들로 감성을 건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다지 새롭진 않지만 능숙한) 신동엽, 김준현, 탁재훈이 호스트로 게스트들을 기다린다. 이들은 실제로 술을 마시며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의 이야기를 섞어낸다. 첫 번째 게스트는 배우 조진웅. 초면인 이들이 어색함을 깨나가는 시간을 방송이 담아내는 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술자리에 모여앉아 비워내는 술잔의 양만큼 그들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보는 마음도 조금은 더 편안해지고, 이야기와 사람에 젖어든다.
삶이 희극보다 더 웃기게 느껴질 때 우리는 사람을 찾는다. 한잔 기울이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설정은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제 출발이고, <인생술집>과 같은 컨셉의 방송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어설픈 예능적 접근과 뻔한 자막, 근황 토크의 형식도 새롭지는 않다. 어떻게 끌고 나가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엔딩 장면에 나오는 빛바랜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사람 냄새 나는 인생술집이라면, 오늘밤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