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화려해 보이는 이면에 무수한 고뇌와 노력을 감추고 있는 일이다. 모든 예술은 매개를 필요로 하고, 그를 경유해 관객 및 독자들과 조우하지만 배우는 자신의 신체를 매개 삼아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자신을 일치시켜야 하는 어려운 사명을 지고 있다. 따라서 배우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신체와 발성을 온전히 컨트롤하는 일과 텍스트를 정확하게 독해하고 해석해 자신의 것으로 흡수할 줄 아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들을 찾아내 제련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제대로 된 교육을 해줄 수 있는 연기학과에 진학하는 것이다. 수많은 연기학과와 연극 및 영화과의 연극전공 트랙 중에서도 기본기를 다져주고 실전 감각을 익히게 해주며, 자신이 지망하는 매체 연기를 훈련해줄 수 있는 학과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신체와 발성에 대한 이해와 훈련은 모든 연기학과들이 저학년 때부터 실시하는 교육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듯이, 제련된 신체와 발성은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기본적 그릇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훈련에 앞서 자기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평소 자신의 걸음걸이와 행동을 영상으로 찍어서 살펴보자. 대사를 읽고 녹음한 뒤 다시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연기학과에 들어가면 전문적인 교육이 기다리고 있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각종 기초 훈련을 비롯해 가창과 무용 실기를 동원해 기초 역량을 연마시키고,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는 화술 훈련의 대가 크리스틴 링클레이터의 방식을 따른 화술 교육을 실시하며,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는 배우 움직임의 기초를 위해 발레 테크닉까지 가르친다. 그릇이 만들어졌다면 영혼을 담아야 할 때다. 신체의 근육만큼 작품을 해석하는 사고의 근육 또한 중요하다. 텍스트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인문학적 소양에서 싹튼다. 단지 연극과 영화 이론, 연극사와 영화사뿐 아닌 전반적인 인문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문학, 철학, 사학 등 폭넓은 분야의 독서를 권한다. 다독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 또한 훌륭한 밑천이 된다. 자신이 속한 세계와 인간에 관심을 기울이고 깊이 이해할수록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폭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자신이 지향하는 매체에 맞는 연기를 가르치는 학과를 택하자
기본기를 훈련하는 것만큼이나 매체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 연극, 뮤지컬, 드라마, 웹드라마 등 연기를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이 다변화되어가는 시대다. 자신이 지향하는 매체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트레이닝시켜줄 수 있는 학과를 찾아야 한다. 연극 연기라는 전통에 충실한 학과로는 동국대학교 연극학부가 대표적이다. 1960년 연극학과를 개설한 이래 현재의 연극학부가 되기까지 한석규, 최민식, 이정재, 전지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배출하며 한국 배우의 산실로 자리매김한 동국대학교는 극단 생활에 버금갈 정도로 강도 높은 수업을 실시하고,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실전 무대 경험을 쌓는다.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의 연극전공 또한 전통에 충실하다. 러시아, 프랑스 등 해외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연기 워크숍을 실시,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 스즈키 메소드, 뷰포인트 콤포지션 메소드를 제대로 배울 수 있으며 신예술디자인관 내 6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연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오로지 영화에 특화된 교육을 하는 학과도 있다. 건국대학교 영화애니메이션학과는 영화 연기만의 고유한 예술성을 역설하며 스크린 연기를 강조하고, 거의 모든 연기 수업에서 카메라를 두고 연기하는 법을 익힌다. 연기전공 학생들은 한 학기에 최소 한 작품 이상에 출연하며 실전 감각을 익히고, 교내 KU시네마테크에서 워크숍 영화 상영회와 졸업 영화 상영회 등을 통해 본인이 출연한 영화들을 상영하게 된다. 그러한 교육 덕에 이민호, 엄태구, 안재홍, 류혜영 등 건국대학교 영화학과 출신 배우들은 무대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며 활약 중이다.
뮤지컬 공연 문화가 안착하기 시작하면서 뮤지컬전공이 갖춰졌거나 신설된 학과들도 다수 있다. 4년제 대학교 중 최초로 뮤지컬전공을 개설한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는 영화전공과 뮤지컬전공이 상호 협력하며, 워크숍에서 뮤지컬영화들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동서대학교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은 영화과와 연기과, 뮤지컬과로 나뉘어 있으며 연기과의 경우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들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영화과에선 2학년부터 매 학기 1편 이상의 단편을 제작하며, 장편영화 지원 프로젝트로 장편영화 제작도 가능하다. 또 1047석 규모의 소향아트센터에서 실기 중심의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뮤지컬과는 매년 5편의 공연을 소화한다. 연기과 학생들은 활발하게 제작되는 영화와 뮤지컬을 오가며 폭넓은 연기 경험을 할 수 있다.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의 경우에도 뮤지컬 과목이 다수 개설되어 있으며, 포스트모던음악학과와 협업해 함께 뮤지컬 공연을 올리기도 한다.
자신에게 맞는 입시용 모놀로그를 선택할 것
여러 연기학과 중 자신이 지향하는 연기를 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했다면 입시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보자. 연기학과에서 당락을 가르는 것은 실기고사다.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극전공은 1단계 전형에서 실기 100%로 연기과 학생을 선발하고,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연기과 및 뮤지컬과는 수능 30%, 학생부 20%, 실기고사 50%를 반영해 선발한다. 대부분의 연기 실기고사는 제시하는 대사를 연기하는 지정연기와 학생이 준비해온 자유연기를 함께 평가한다. 자유연기를 준비하는 경우, 어떤 대사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건국대학교 송낙원 교수는 “자신에게 맞는 입시용 모놀로그를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년 배우의 연기를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나이대의 캐릭터를 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망한 전공에 맞는 매체 연기를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송낙원 교수는 “영화 연기를 중요시하는 우리 과의 경우, 그리스 고대극이나 셰익스피어극 같은 고전 희곡보다 너무 오래되지 않은 영화 대본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한다. 영화 연기를 중시하는 학과들의 경우, 카메라를 놓고 영화 오디션을 보듯 면접을 진행하니 참고하자. 또 잊어선 안 될 것은 정형화되고 패턴화된 학원 연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입시형 연기에 매몰되기보다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을 입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과 매체에 최적화된 연기, 그리고 창의적 표현은 전문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연기학과 합격으로 이끌어줄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