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태플릿PC 등을 이용해 유튜브 영상을 즐기고 나아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창조하는 ‘C세대’(Contents Generation). 1990년대 후반 이후에 출생해, TV보다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고 유튜브 등의 동영상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 ‘모모세대’(More Mobile 세대). 이같은 신조어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은 변해도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단지 동영상 세대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심지어 길을 걸으면서도 휴대폰을 손에 쥐고 드라마와 영화,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영화산업도 여전히 대중문화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총 영화 관객 수는 2억명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영화산업 전체 매출은 2조1131억원으로 2014년 대비 4.2% 증가했다. 2년 연속 2조원대 매출 기록은 극장 매출 및 부가시장 매출 증가에 따른 결과다. 관객 수 역시 2014년 대비 1% 증가한 2억1729만명을 기록, 3년 연속 2억명을 돌파했다. 인구 1인당 연간 평균 영화 관람 횟수가 4.22회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상 및 영화는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와 함께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보다 특별하고 전문적인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각광받는 시대라는 말이 된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아도 영화감독이 될 수 있지만 각 대학의 영화영상학과는 영화 및 영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한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전공의 통합 및 융합 시도
최근 영화영상학과의 특징 중 하나는 통합, 확장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동서대학교의 경우 2015년부터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 디지털콘텐츠학부와 통합해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으로 거듭났다. 영화과, 연기과, 뮤지컬과에 더해 게임 테크놀로지, 게임 아트, 3D애니메이션, 비주얼 이펙트 전공자들까지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으로 묶이면서 단과대의 몸집이 커진 것이다. 순천향대학교는 2007년 영화전공과 애니메이션전공을 융합해 영화애니메이션학과로 명칭을 바꿨다. 2017학년도부터는 기술공학 관련 학과와 문화예술 관련 학과를 ‘SCH미디어랩스’로 묶어 학문간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한다. 기존의 영화애니메이션학과는 SCH미디어랩스의 디지털애니메이션학과와 공연영상학과로 분리된다. 애니메이션 분야를 독립시킨 대신 영화, 공연, 영상 분야를 결합해 학제를 재편했다. 영화, 방송, 광고, 애니메이션 등 전공 사이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경희대학교 역시 일찌감치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교육과정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실행하고 있다. 더불어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는 2017학년도부터 연극·뮤지컬 연출전공을 신설한다. 모집 단위는 나뉘어 있지만 입학 후에는 전공 구분 없이 연극 트랙과 영화 트랙으로 나뉜 수업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다. 융합적 교육의 일면이다. 2015년 신설된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영화예술전공 또한 1기생의 경우 연기전공자와 영화전공자 구분 없이 통합해 학생들을 선발했다.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최익환 교수는 말했다. “지금의 대학에선 일찌감치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데, 대학교육이 인생의 긴 교육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면 대학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이 이야기는 연출과 연기에도 대입해 생각해볼 수 있다. 연출을 잘하려면 연기를 잘해야 하고, 연기를 잘하려면 연출을 알아야 한다.”
융합과 확장의 추세는 연출 및 제작에만 포커스를 맞췄던 커리큘럼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영화전공의 경우 연출 중심의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편집, 사운드, CG, D.I. 등 영상 후반작업 분야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는 실험영화부터 상업영화까지, 시나리오 작법부터 그래픽 수업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커리큘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연출전공자가 연기는 물론이고 후반작업 공정까지 경험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추세가 커리큘럼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은 기본, 실무 중심 교육이 추세
대다수의 영화영상학과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실무 중심 교육을 목표로 한다. 이는 영화가 종합예술이며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는 꾸준히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기본기 다지기를 중시해왔으며, 전통을 자랑하는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역시 학생들이 인문학적 소양과 영화에 대한 이해를 탄탄히 다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사회에 대한 관심과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영화적 상상력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연출 경험을 쌓은 뒤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학교와 현장의 거리를 좁혀나가려는 시도 또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는 교과과정에서 제작 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가까이 된다. 학생들이 매해 제작하는 영화가 30편이 넘으며, 학생들이 정성을 들여 만든 영화는 디지털시네마패키지(DCP) 과정을 거쳐 어떤 극장에서든 상영될 수 있도록 ‘영화’라는 포맷으로 완성된다.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또한 학생들이 매 학기 1인 1작품을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대학교의 경우 2016년 5월에 학교 기업 ‘HAL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HAL 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방송, 광고 등의 콘텐츠 제작을 수주해 학생들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는 실무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학교와 현장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는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영화영상학과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학교별 커리큘럼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영화 제작 경험을 제공하는 학교인지, 인문학적 사고와 영화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다지는 데 중점을 두는 학교인지 살펴봐야 한다. 매 학기 1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당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 현장에서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적성에 맞는지 어떤지 자신의 성향 역시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학교는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