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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키본
2002-04-03

비디오/메인과 단신

Monkeybone 2001년, 감독 헨리 셀릭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 브리지트 폰다, 로즈 맥고완, 우피 골드버그, 존 터투로 장르 코미디 (폭스)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감독은 팀 버튼이 아니다. 팀 버튼의 상상력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제작과정에도 직접 참여했지만 감독은 그가 아니라 헨리 셀릭이었다. 헨리 셀릭은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후에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1996)를 만들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분야에 분명한 족적을 남겼다. 두편의 걸작 애니메이션 이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헨리 셀릭이 실사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멍키본>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악몽에 시달리던 스튜(브렌 프레이저)는 수면치료사 줄리(브리지트 폰다)의 권유대로 왼손으로 만화를 그리면서부터 행복 모드로 진입한다. 원숭이가 주인공인 도발적인 만화 ‘멍키본’이 대성공을 거두고, 곳곳에서 관련 상품을 만들자고 요청이 들어온다. 매니저인 허브는 갖가지 계약을 들고 오지만, 스타 기질이 없는 스튜는 줄리에게 구혼할 생각에만 빠져 있다. 급작스런 교통사고를 만나 스튜는 혼수상태가 되어버린다. 스튜의 영혼이 깨어난 곳은,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영혼이 머무는 ‘다운타운’. 다운타운의 주민들은 사람들의 악몽을 보고 즐기며, 가끔 사람들의 영혼을 뒤바꾸어 세상에 더 많은 악몽을 만들어낸다. 에드거 앨런 포, 스티븐 킹 같은 가상 ‘악몽’의 대가들이나 잭 더 리퍼와 리치 보덴 같은 실제 ‘악몽’의 대가들의 진짜 영혼은 모두 다운타운의 감옥에 갇혀 있다. 스튜 역시, 자신이 창조한 멍키본(존 터투로)의 계략에 넘어가 감옥에 갇혀버린다. 상상의 세계에서만 살기 싫었던 멍키본은 세상으로 가서, 스튜의 몸을 차지한 채 더 많은 악몽을 만들어낼 계획을 세운다.

<멍키본>은 세심하고, 쾌활한 소극(笑劇)이다. 악몽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기발한 상상력과 잘 꾸며진 다운타운과 저승을 무대로 펼쳐지는 스튜와 멍키본의 기묘한 모험도 흥미롭고 익살스럽다. 그런데 즐겁게 보다보면, <멍키본>에서 ‘팀 버튼’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김이 빠지고 약간 조잡하기까지 하다. 보다보면 자꾸만 ‘팀 버튼’이 떠오른다. 다운타운과 저승의 기괴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이미지와 인물들은 ‘팀 버튼풍’이다. 헨리 셀릭은 여전히 팀 버튼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돈된 아류작보다는 혼돈의 에너지가 들끓는 문제작이 낫지 않았을까?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