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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불야성> 비로소 허락된 무표정

MBC <불야성>의 주인공, 서이경을 연기하는 이요원이 종종 보여주는 무표정에 관해 생각한다. 표정을 지운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 의지가 깃든 무표정이다. 이요원은 그 얼굴로 SBS <황금의 제국>에서 장태주(고수)와 서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심리전을 벌였고, JTBC <욱씨남정기>에서는 남자 부하 직원들이 접대 자리에서 계약을 진행하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너무 잘 알고 있는 관리직의 차가운 얼굴로 사태를 지켜봤다.

여성주인공에게 권력을 가진 배역이 주어지고 그 캐릭터에 무표정이 겹쳤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무표정은 힘을 가진 자, 또 알고 있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얼굴이었다는 걸. 특히 범죄물이나 복수극으로 분류하는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욕망의 대상이 되거나 언제고 돌아갈 고향의 등대처럼 내내 반짝여야 하는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불야성>은 더 큰 힘을 얻으려 자신과 유사한 자질을 가진 이를 도구로 삼는 인물과, 힘을 가진 그 자리를 욕망하며 그의 도구가 되는 배역 모두 여성에게 주어지는 드라마다. 두 사람 사이의 매혹과 갈등이 성별 차이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전에 없던 긴장이 생긴다.

이글이글한 눈동자, 초조한 입매, 계획하고 고민하는 미간 등 드라마에서 사랑 이외의 것을 욕망하는 여성의 다채로운 표정을 기억하지만, 주로 생각을 드러내고 감정을 해명해야 하는 처지였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또 상대를 파악하기에 비로소 가능한, 주도권을 쥔 무표정은 또 흔치 않았으니 서이경의 그 얼굴을 당분간 즐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