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줘. 네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사회의 부조리를 개인 차원으로 축소하는 기성 세대의 훈계로 낯설지 않은 레퍼토리다. 실력이란 말의 모호함은 또 어떤가? 검증하고 반영하는 절차가 공정하지 않을 때, 운도 실력이고 ‘돈도 실력’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반박할 길은 막막해진다. 어린 시절, 강동주는 거대 병원 응급실에 먼저 도착한 아버지가 순서에 밀려 사망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병원 기물에 야구방망이를 휘둘렀고, 그를 진정시키던 의사 부용주(한석규)의 말을 길잡이 삼아 거대 병원 의사로 돌아왔다.
응급실 진료는 도착한 순서가 아니라 위급한 순서라는 것을 몰랐던 무지가 분노의 출발점이었고, 전문의 시험을 전국 1등으로 통과해도 부모가 병원장인 동료에게 가려 열패감을 맛보는 강동주(유연석). 여태 쌓아온 가치관이 위협받고 분원 좌천으로 인한 분노로 들끓는 그가 해명을 구해야 할 의사 부용주는 분원인 돌담병원에서 ‘김사부’라는 가명으로 그와 다시 재회한다. 일반외과와 신경외과, 흉부외과까지 전문의 자격증만 세개인 트리플보드 외과의에 코트 깃을 세우고 정선 카지노를 누비는 기인 김사부. 어린 동주에게 숙제를 던진 그는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동주를 조롱하며 또다시 괴이한 질문을 던진다.
“너 수술실에서 서전한테 왜 마스크 씌우는지 알아?” “그야 오염되지 말라고.” “주둥이 채우라고. 주둥이 채우고 실력으로 말하라고.”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화술이다. 김사부는 그 실력이 무엇인지, 동주도 우리도 설득해낼 수 있을까? SBS <낭만닥터 김사부>의 키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