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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공항 가는 길> 현실 받아들이기

가진 것과 지킬 것이 많은 기혼남녀의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들의 시작은 특별한 만남이나 사건 대신 쭉 반복해온 일상으로 그 야심을 보여줄 때가 많다. KBS <공항 가는 길>은 어린 딸의 유학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박진석(신성록)과 그를 기장님이라 부르는 승무원 최수아(김하늘)의 전화 통화로 시작한다. 짧은 대화 속에는 이들이 일터에서 만났고 어긋나는 스케줄로 생활을 공유하는 시간이 적은 부부라는 설정이 압축되어 있다. 지난 시간과 관계를 보여주는 첫 5분이 예민하고 밀도가 높으면 기대도 높아진다. 곧 무너질 것들이라 그렇고, 오래된 벽에 이리저리 뻗어 있는 실금의 무늬가 낯익어서 더 그렇다.

규모와 형태가 달라도 짐작 가능한 삶이 공감의 한축이라면 굉장한 판타지도 있다. 건축 일을 하는 서도우(이상윤)는 수아에게 휴식이 되는 남자다. 수아가 사무실에 찾아온 날, 도우는 수아의 두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눈에 지극한 신뢰를 담아 말한다. “언제든 답답하면 와요. 지금 와이프가 올라올 거 같은데 현우한테 가 있어요.” 외도에 따르는 지리멸렬한 상황에도 상대가 당황하지 않도록 어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남자가 있다니!

불륜 드라마에 흔한 상황을 생생한 수치로 되돌릴 때도 있다. 각자 이혼을 앞둔 즈음, 수아는 도우의 아내 김혜원(장희진)과 마주치고 그녀에게 뺨을 맞는다. 도우와의 관계를 정의하지 않는 것으로 자주 갈등을 회피했던 수아는 친구에게 전화해 “싸대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비로소 현실을 다 받아들인 순간이랄까? 나도 모르게 ‘와 정말 잘 쓰네!’라고 중얼거렸다. <공항 가는 길>은 영화 <봄날은 간다> 등에 참여한 작가 이숙연의 첫 장편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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