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나’를 소리내어 읽어봐. 네 목소리로 듣고 싶어.” 한 영화감독이 여성 스탭에게 요구했다. 거부할수록 그 말을 건넨 감독의 언어폭력은 계속됐다. 주변에서는 농담이니 그냥 웃어넘기라고 했지만 참지 못한 그 스탭은 결국 현장에서 나왔다. 현장은 무방비상태였다. 영화 완성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여성의 인권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현장 밖에서도 영화 만들기라는 ‘권력’을 가진 자들은, 출연시켜주겠다는 암시만으로 여배우와 여성 스탭들을 수시로 불러내고 성추행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씨네21>이 지난 한주간 제보받은 영화계_내_성폭력 현황은 넓고도 뿌리 깊었다. 제보자들의 상당수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이 이야기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모멸감을 느꼈던 당시의 기억을 가감 없이 들려주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비겁한 변명과 함께 가해자들이 굳건히 현장을 지키는 반면, 피해자들은 수치심을 느끼거나 해당 현장을 떠나고 또 지금도 심리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문제의 출발은 가해자가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데 있다. 우리는 그간 덮어두었던 사건을 공론화하고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한 여성 인권을 위한 작은 걸음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제보를 받는 창구를 열어둠과 동시에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개선하려 나선 여성 영화인 배우 이영진·김꽃비, 남순아 감독, 안보영 프로듀서가 참여한 대담도 진행했다. 또한 성희롱과 성폭행 등을 겪은 피해자들이 사건을 극복할 수 있도록 법률자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보았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겪은 피해 사례들은 지속적으로 이메일(es@cine21.com)을 통해 제보받는다. 후속 보도와 추가 대담이 이어질 것이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