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오랜 시청자로 자극적인 재연 화면과 극화된 사건을 소비하는 입장에선 종종 저 장면이, 저 묘사가 필요한지 불필요한지를 고민할 때가 있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편에서 고 백남기 농민이 무시무시한 위력의 물대포에 맞는 장면을 반복 재생할 때도 그랬다. 몸이 덜덜 떨리는 와중에 이것은 도에 지나친 것이 아닐까, 반복은 어떤 필요인가를 의심했었다.
방송은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 중, ‘결과가 사망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발언과 그가 근거로 삼는 살수차 사용과 훈련이 적법했다는 주장. 그리고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백선하 서울대 교수의 의견을 근거로 삼아 부검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 사이사이에 이 근거들을 뒤집는 관련자들의 증언과 정교하게 재연한 살수차의 위력 실험 결과를 나란히 배치했다. 프로그램 도입부에서 유족 백민주화씨는 말했다.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노력과 아주 많은 거짓들을 동원해야 합니다.”
청문회를 지켜보며 직무를 방패 삼아 말이 아닌 말들로 면피하는 자들로 인해 끓어오르던 분노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무력감은 동원된 거짓의 연쇄 고리를 끊어내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방향을 찾았다. 혹여나 자극적인 영상이 피해자와 나를 분리시키고 박수받으며 퇴임하는 경찰청장과 그가 대표하던 공권력으로 인해 병상에 누운 이를 교차편집하며 아이러니로 소비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우려했지만, 방송은 살수차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가닿아야 할 진짜 수신자들을 명확히 했다. 아마 이보다 더한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