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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예술과 기술의 마스터가 될 때까지 ─ VFX 슈퍼바이저 마크 반 덴 베르겐
장영엽 사진 백종헌 2016-10-31

커리어로 따지면 업계 최고라 부를 만하다. 호주 출신의 VFX 슈퍼바이저 마크 반덴 베르겐의 필모그래피를 한번 살펴보자.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아름다운 결합이었던 <트론: 새로운 시작>, 조지 밀러의 걸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호빗> 시리즈의 문을 닫는 <호빗: 다섯 군대 전투>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는 VFX 전문가들이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꿈의 프로젝트로 가득하다. 이 영화에서 정확히 어떤 작업을 했냐고? 반 덴 베르겐의 설명을 직접 듣는 게 좋겠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합성 슈퍼바이저를 맡았다. 합성 슈퍼바이저라 하면 특수효과를 위해 따로 촬영한 이 장면과 저 장면을 하나의 결합된 장면으로 만들어주는 VFX 전문가를 뜻한다. 영화에서 두프 워리어가 연주를 하며 불꽃을 내뿜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그 장면의 합성을 맡았었는데, 기타에서 나오는 불꽃은 진짜 불꽃이 아니었다. 만약 진짜 불꽃이었다면 그렇게 거세게 나오지 않았을 거다. 배우가 연주하는 장면을 찍고 다양한 불꽃 모양을 만들어 어떤 불꽃이 그 장면에 어울릴지 합성해보는 과정을 거쳤다. CG가 필요한 많은 장면에 이런 기술과 노력이 들어간다.” 이처럼 얘기만 하면 알 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명장면들에 반 덴 베르겐의 인장이 남아 있다. 그러니 40여명의 VFX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는 덱스터에서 그를 공들여 스카우팅했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닐 수밖에. 그런 그는 최근 1년 반 동안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덱스터에서 후반작업을 맡은 <봉신연의: 영웅의 귀환>과 <몽키킹3>, 그리고 제목 미정 VR 프로젝트의 VFX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봉신연의: 영웅의 귀환>의 프로듀서 존 디츠와 예전에 호주에서 스파이크 존즈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2009)를 함께 작업한 적이 있었다. 그와의 협업이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언젠가 다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가 한국에서 후반작업을 진행하는 중국 블록버스터영화를 만든다고 하더라. 그렇게 덱스터에 합류하게 됐다.” 여전히 언어의 장벽은 남아 있지만 영어를 잘하는 회사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처음에는 영어를 읽기만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회화도 잘하더라. 그저 내 앞에서 영어를 하기가 쑥스러웠던 것 같다. (웃음)”

필모그래피에서 알 수 있듯, 반 덴 베르겐은 영화 작업을 위해 다양한 국가에 머물렀다. 피터 잭슨이 이끄는 웨타 워크숍의 디지털 부서 ‘웨타 디지털’이 위치한 뉴질랜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촬영한 호주, <트론: 새로운 시작>을 작업한 디지털 도메인이 위치한 캐나다 등이 그곳이다. 회사의 특성과 국적, 사이즈가 천차만별인 환경에서 VFX 작업을 해온 거다. “나라마다 작업 환경이 완전히 달랐다. 계절부터 시작해 언어, 프로젝트, 문화까지. 덱스터가 좋았던 건 이미 완성된 회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웨타 같은 회사는 이미 VFX 업계에서 일가를 이룬 곳이기 때문에 직원도 많고 시스템이 안착된 느낌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에 하지 않았던 시도나 새로운 도전을 생각만큼 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덱스터처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서 일하는 게 스트레스는 받을 수 있어도 재미있다. 왜냐하면 구성원들의 에너지가 넘칠 때이고, 회사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덱스터는 감독이 세운 후반업체로서의 장점도 상당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신이 연출한 영화의 후반작업을 담당하기 위해 세운 회사인 만큼 결과물의 완성도를 꼼꼼히 살필 것이고, 이번 영화에서 축적한 후반작업에 대한 데이터를 차기작을 연출할 때 보완하고 발전시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데 그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피터 잭슨이 이끄는 웨타와 김용화 감독이 설립한 덱스터는 회사의 규모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감독 출신 대표의 장점을 공유하고 있는 회사라고 반 덴 베르겐은 말했다.

마크 반 덴 베르겐은 VFX 전문가들을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예술적인 면모와 기술적인 능력 모두에 능통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런 그가 존경하는 연출자는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그는 예술과 기술이 능한 데에 그치지 않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진보적인 기술을 영화에 이식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인 작업물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반 덴 베르겐은 말했다. 그런 그의 향후 목표 역시 VFX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예술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아티스트이자 테크니션이 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언젠가 그가 한국을 떠나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진 말아야 할 것 같다.

덱스터의 신작 VR 프로젝트

“최근 VFX 업계에서 전문가들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 중 하나가 VR이다. 하지만 대개의 VFX 전문가들은 VR 영상을 구현하는데 있어 다소 심플한 방식을 택한다. 덱스터의 VR은 복합적인 효과를 겨냥하고 제작하는 영상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사람을 리얼하게 보이도록 촬영하는 기술이 VR에서는 가장 어렵다고들 하는데, 덱스터의 경우 3D 스캐너 기술을 이용해 더욱 실감나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 카메라 트래킹, 인물의 움직임, 스테레오타입의 음향 등 굉장히 다양한 영화적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VR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영화 <몽키킹3>(2016) VFX 슈퍼바이저 <봉신연의: 영웅의 귀환>(2016) 합성 슈퍼바이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 합성 슈퍼바이저 <호빗: 다섯 군대 전투>(2014) 합성 슈퍼바이저 <해피피트2>(2011) 합성 슈퍼바이저 <트론: 새로운 시작>(2010) 합성 슈퍼바이저 <아바타>(2009) 합성 슈퍼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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