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 되면 지구가 망한다 했던 90년대 말이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돈이 모이면 도쿄에 가곤 했다. 어디에서든 거의 매일 거리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젊은이들에게 방향 없이 얹어지는 사회의 무게에 대한 감정의 표출이랄까, 그 진정성이 좋아 보였다.
말을 통한 진정성의 표현, 말로 하는 버스킹, <말하는 대로>가 JTBC에서 방송 중이다. 샤이니의 키가 출연한 에피소드로- 백조들 사이에서 닭답게 사는 법- 많은 주목을 받았던 프로그램이다. 유희열과 하하의 2MC가 그날의 버스커들을 데리고 대로(大路)로 나선다. 그리고 이들을 순서대로 풀어놓는다. 방송인 타일러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선작가(김동영)는 자신의 학벌 콤플렉스와 공황장애에 대해 말한다. 얼떨결에 모이게 된 청자는 자신의 감정이 가는 대로 반응한다. 버스킹의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순간이다. 덧붙여 빨간 상자에 카드를 태깅하면 1천원이 기부되는 시스템까지 꼼꼼하게 갖춰놓았다. 스튜디오에서 현장으로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문은 말문이다. 말문이 열리면 대중과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버스킹의 매력은 그 자유로움만큼 무정형이라는 데 있다. 그리고 이 특별한 ‘말하는’ 버스킹은 제목의 의미를 충분히 반영한다. 말하는 대로 그 자리에 모인 청중의 빛깔이 바뀌고, 말하는 대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생각을 변화시킨다. 동시에 그 무대의 물리적인 장소가 말하는 대로(大路)가 된다. 힐링이나 위로의 의미로서의 말하는 대로에 멈추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맥락 없이 말하는 대로 되거나 절대 말하는 대로는 되지 않는,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