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그램과는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에 본(이미 유튜브 조회수 100만회를 훌쩍 넘길 정도이니 나만 재미있게 본 영상은 아닌 듯하다) 영상이 있다. 안정환을 모델로 기용한 캐논 광고. 대부분 30초 안팎의 듀레이션을 가지는 상업광고와 달리 이 광고의 풀 버전은 4분38초. 스낵콘텐츠로 충분히 기능한다는 뜻이다.
축구하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하지만 근엄하게 바라보는 안정환의 독백이 첫 신이다. ‘치열했던 나의 경기는 끝났다. 이제는 여유를 즐기는 법을 배울 차례다.’ 카메라 광고답게 시선을 분할하고 줌인과 줌아웃이 부드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신은, 도둑을 쫓는 경찰.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려고 도둑을 향해 발사한 안정환의 캐논포는 경찰을 맞히고, 그는 경찰에 연행된다. 화면 아래에는 #공무집행방해 #패닝샷 #콩밥 등의 해시태그가 흐른다. 자연사진을 촬영하는 안정환의 앞에 항상 나타나는 곰, 그리고 정글 속의 군대에서 다시 만난 곰. 되풀이되는 병맛 코드는 안정환의 멋진 웃픈 표정과 해시태그로 시청자를 정확히 겨냥한다.
위키백과는 ‘병맛’을 ‘정확한 의미를 규정하기는 어려우나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라고 정의한다. 방송인이자 작가인 유병재의 많은 스토리들, 그리고 <음악의 신>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병맛 코드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다음 소프트의 최재원 이사는 차세대 방송의 흐름을 주도할 두가지 키워드로 ‘B급코드’과 ‘아재개그’를 꼽는다. 그리고 덧붙여 시청률이 아닌 ‘화제성 지수’를 언급한다. 콘텐츠 그 자체로 승부하는 시기가, 이미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