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다시피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 의거하여 구성, 운영되는 조직이다. 영화발전기금 역시 영비법에 의거하여 조성되고 운영되는 영화 진흥 재원이다. 이 둘 사이의 관계는? (1)“기금은 제4조(영화진흥위원회의 설치)의 규정에 따른 영화진흥위원회가 관리·운용하되 독립된 회계로 따로 계리하여야 한다”가 정답이다. 그래서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을 관리하기 위해 각종 규정과 지침을 명문화해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발전기금 보조금 관리규정”이 그것이다. 2015년 10월29일에 최종 개정된 보조금 관리규정은 각종 사업에 교부되는 영화발전기금, 즉 보조금을 지원,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살펴보니 이런 조항이 있다. “제4조(지원대상 및 지원제한) ① 보조금은 법 제25조 및 위원회 정관에서 정한 사업과 활동에 한하여 지원할 수 있다. ② 불법시위를 주최 또는 주도한 단체의 경우는 보조금의 지원을 제한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풍이 불었던 그 불법시위 근절에 대한 욕망을 여기서 다시 확인한다. 규정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불법시위 근절에 대한 욕망도 여전하다. 도대체 ‘불법시위’의 정의는 무엇인가? 아니 실체는 존재하는가? 언제까지 불법시위단체인가? 아직도 불법시위 안 하겠다는 확약서를 써야 하는가? 혹여나 정부에 반대하려거든 정부 돈을 받지 말아야지 하는 우스갯소리는 절대 꺼내지도 마시라. 영화발전기금을 사유물로 여기지 않는 이상, 이런 식의 논리는 나올 수도 없고 나와서도 안 되니 말이다.
어찌됐든 이 규정은 세상이 참으로 엄혹하다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그러니 차마 규정 개정 권한이 있는 영진위 9인 위원들에게 이 조항을 삭제해달라는 부탁도 못하겠다. 아, 그러면 부정청탁방지법 위반인가! 참고로 영진위 임직원은 부정청탁방지법 대상이니 유의하시라.
아무튼 이런 규정들이 만들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방어하는 것이 최선이다. 모든 법과 규정은 대개 사전 공고기간이 있다. 영진위 규정은 30일 공고기간을 거친다. 다만 한글파일로 올려놓기 때문에 찾아보기 어려울 따름이다. 이런 규정을 애초에 만들지 않으면 아무 일 없을 것을. 누군가는 모니터링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