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흉터를 가면으로 가리고 살아온 4황자 왕소(이준기). 기우제에 나타난 4황자에게 흙을 던지고 흉물 취급을 했던 고려 백성들은 그가 화장으로 흉터를 감춘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내자 곧바로 태도를 바꿔 “용의 아들이시여!” 하고 납죽 엎드린다. ‘아름다운 외모를 제일로 여기는 고려’라더니 과연! 정신없이 웃는 와중에 때마침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현대에서 고려로 영혼이 옮겨간 해수(아이유)가 급히 만들어 발라줬던 수제 컨실러가 워터프루프인지 아닌지 따위가 걱정스러워졌다. 기대를 접고 나면 산만하게 즐기게 되는 드라마가 있는데 SBS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가 그렇다. 좀 허술해도 아름다운 얼굴을 느긋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담는 카메라가 캐릭터의 인간다운 반응을 억누를 때 맞닥뜨리는 불쾌감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4황자가 해수의 손목을 잡아 벽으로 밀어붙이고 상처 입은 짐승 같은 표정으로 바라볼 때, 해수는 신체를 구속당한 사람이 보이는 거부나 혐오감을 전혀 표할 수가 없었다. 이마부터 턱까지 꽉 찬 클로즈업 속에서 겁먹은 사슴 같은 눈망울로 한참을 굳어 있던, 이때의 해수에게는 “네 눈, 그 눈빛이 미치도록 싫어”라는 4황자의 말- 사실은 미치게 신경 쓰인다는 의미를 받아내기 위해 그를 흔들림 없이 마주보고 연약한 내면을 다시 반사하는 거울 역할만 허용되는 것이다. 파렴치한 클로즈업이 배우를 프레임에 가둔 탓으로 해수는 물건이나 다름없는 수동적인 자리로 떨어졌고, 4황자는 쭉 마주보고 있는 사람에게 “날 봐! 날 보라고!” 소리치는 얼빠진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건, 웃어넘기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