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개막을 일주일가량 앞둔 9월28일 오후 3시, 부산지방법원 355호 법정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하 직함, 존칭 생략)에 대한 1심 마지막 재판이 열렸다. 검사는 이용관에게 징역 1년, 전 사무국장 두명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월, 전 부집행위원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선고 기일은 10월26일 오전 10시, 부산영화제 폐막 열흘 뒤다. 이용관은 부산영화제를 만든 주역으로 해마다 개막식장에서 분주하게 손님맞이 인사를 하고, 폐막식에서 이듬해를 기약하는 환송인사를 했다. 무려 20년 동안 이즈음이면 달뜬 나날을 보냈던 이용관에게 올해 부산의 가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쩌면 개막식을 코앞에 두고 ‘징역 1년’ 구형을 받고, 폐막 열흘 후에 내려질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비현실적이라 느낄 법도 하다.
감사원 감사 결과와 부산시의 검찰 고발 등으로 알려진 이용관의 혐의는 ‘횡령’이다. 게다가 앞에 ‘업무상’이라는 말이 붙어 ‘업무상 횡령’이라고 한다. 전해 듣는 사람들은 ‘부산영화제의 돈을 빼돌려 개인적인 용도로 쓴 파렴치한 짓’을 한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부산시가 요란하게 고발했지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었던 것은, 딱 한건이다. 고발 내용 중 다른 건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소명되고, 부산영화제와 케이블채널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가 일이 지지부진해지자 이에 따른 손실 보전을 요구하는 회사에 협찬 중개수수료인 양 2750만원을 편법으로 집행했다는 혐의다. 이마저 이용관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집행했다는 당시 사무국장의 일관된 진술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래도 위원장이니 알았을 것 아니냐’는 혐의를 거두지 않고 기소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를 통해 이용관은 사전에 모의하거나 지시하지 않았고, 직접 결재를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부산시가 검찰 고발 근거로 내세웠던 감사원 진술 조서는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법은 일반의 상식이나 진실과 거리가 먼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용관은 올해 내내 검찰 조사와 재판으로 시달렸다. 10월26일 무죄 선고를 받더라도 검찰이 항소하고 상고로 이어지면 앞으로 줄잡아 1년 이상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이런 마당에 부산영화제 논란 수습 과정에서 이용관을 ‘범법자’로 낙인 찍는 뉘앙스를 풍기며 일련의 책임을 그에게 떠미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불편하다. ‘이용관의 명예회복은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하면 된다’는 따위의 언사는 가벼이 해서는 안 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