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이니까 딱 10년 전이다. KBS에서 방영했던 영국 <BBC>의 11부작 자연 다큐멘터리, <플래닛 어스>(Planet Earth). 사막, 산, 강, 바다, 남극과 북극 등 11가지 테마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DVD, 블루레이로 연달아 발매되어 자연 다큐멘터리의 레퍼런스 타이틀로 위명을 떨쳤다. 잘 짜인 스토리텔링과 다큐를 위해 따로 만들어진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압도적인 화면은 매우 단순한 ‘Planet Earth’라는 제목에 따로 수식어가 필요 없음을 증명했다. 2016년 추석 연휴, KBS에서 다시 <BBC>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글로벌 다큐멘터리 <와일드 뉴질랜드>. ‘그들만의 세상, 야생의 개척자, 다시 찾은 낙원’이란 부제의 3부작. 분명 최신의 촬영기법을 총동원한 프로그램이다. 초저속 촬영인 타임랩스, 초근접, 초망원 때로는 초광각으로 펼쳐지는 뉴질랜드의 자연과 생명체들. 포식자와 피식자로 이루어진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자연의 법칙을 말하는 화면에서, 그들의 아름다움은 서늘함을 동반한다. 더스키 돌고래의 고음역대 휘파람과 묘기로만 알고 있었던 그들만의 언어. 숲속에 거처를 마련한 바다새의 미스터리. 선 굵은 스토리텔링과 아름다운 화면은 여전하다.
이래저래 TV를 조금은 더 보게 된다. 수많은 프로그램의 명멸을 지켜본다. 100여개의 채널에서 매일 방송되는 동영상 콘텐츠에 팟캐스트, 브이앱, TV캐스트, 아프리카TV까지. 가끔은 호흡이 가빠온다. 우리의 삶을 100년이라 친다 해도 지구의 둔중한 움직임에 비하면 프로그램 속 각다귀들의 삶과 다름이 없다. 추석 연휴에 무심코 깨달은 진리라기엔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우리는 지구의 매우 유한한 일부분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는 다행히도 아직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