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2015년 11월16일 영화관 4곳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를 상영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제29조를 위반했다며 소명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영화는 일부 언론에 의해 ‘종북부부’라고 매도당한 황선-윤기진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김철민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불안한 외출>이었다. 영등위는 19일 제작사인 다큐창작소에도 같은 이유로 소명을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문제가 된 영화는 13일 이미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상태였다.
<불안한 외출>은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하지만 독립영화이기에 개봉을 쉽게 결정하진 못했다. 개봉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제작에 관계한 이들을 위한 상영마저 무작정 미룰 수는 없었다. 제작사는 이듬해 6월부터 영화의 제작에 참여했거나 후원한 이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진행했다. 영등위가 문제 삼은 상영은 이렇게 진행한 시사회 중 영화관에서 진행한 상영이었다. 제작사 등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상영이 아니며, 영비법 제29조 제1항 제1호가 상영등급을 분류받지 않고도 상영할 수 있다고 규정한 소형영화의 시사회이기 때문에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영등위는 올해 4월 제작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의 상영은 법률 위반’이라는 영등위의 주장은 영리적 상영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상영까지 등급분류를 강제하는 것 역시 타당할까. 개봉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영화나 개봉 계획이 아예 없는 영화의 시사회나 상영회까지 법률에 따라 등급분류가 강제된다면, 이는 법률에 의한 사전허가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가 된 <불안한 외출> 건은 이미 상영등급을 분류받은 영화의 비영리 목적의 관계자 시사회를 법률 위반으로 고발한 것이다. 이를 두고 과연 정상적인 행정행위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영등위가 무리한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현행 영비법이 여전히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의 상영을 금지하는 강제수단을 갖춘 사전심사절차로서의 등급제도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급분류 제도의 검열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등급분류가 필요한 상영의 종류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으로 해당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경찰로부터 <불안한 외출>의 영비법 위반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 8월5일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