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스캔들로 기자회견을 하는 남편 곁을 지키는 모멸스러운 상황에서 남편 옷의 실밥에 눈이 가는 아내. 미국 <CBS> 원작과 tvN 리메이크 <굿와이프>의 강렬한 시작은 동일하다. 그리고 리메이크는 헌신적인 아내가 기자회견장을 벗어나 남편의 뺨을 때리는 반전 대신, 실밥으로 향하던 김혜경(전도연)의 시선에 전후 맥락을 만드는 것을 택했다.
구둣발로 들어와 다급하게 변명을 늘어놓는 남편 태준(유지태)을 낯선 사람 보듯 아래위로 훑어보던 플래시백에 이어, 혜경은 한번 더 자기를 믿고 따라달라는 태준의 말을 “내가 왜”라고 끊어낸다. 마치 당신의 해명은 필요 없다는 듯, 물음표를 제거한 침착한 어투에 찌푸린 미간과 탐색하듯 움직이는 눈동자. 혜경의 시선은 자신이 판단해 동기를 찾겠다는 의지와 연결된다. 혜경이 변호사로 취업한 로펌의 조사관 김단(나나)이 남편을 용서할 거냐고 묻자 혜경은 답한다. “용서 안 해요. 그냥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생각하고 관찰하려고요.”
성적 매력을 이용하는 조사관, 동성을 견제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로펌 대표, 불리한 상황에 만삭의 배를 들이미는 변호사, 자식교육에 간섭하는 시어머니 등 원작이 여성의 부정적인 전형을 수용해 에피소드를 더해가며 편견으로 재단할 수 없는 두터운 인물을 구축했다면, 리메이크는 여성 혐오가 넘치는 한국에 그 캐릭터들을 그대로 놓아서 생길 오해를 피하고 맥락을 더하거나 분량을 축소한다. 여성 캐릭터의 단점이나 윤리적인 실수를 제한하는 방어적인 각색은 극의 한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혜경처럼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생각해 내놓은 잠정적인 입장을 채근해 등을 떠밀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