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역영상산업 및 영상문화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 (영화발전기금 사업예산 중 해당 사업에 대한 비중을) 연차적으로 증액해 수년 이내에 25%를 편성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위원장의 견해는?”이라는 국회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해 영진위 위원장의 답변은 무엇일까? 보통은 지역이라는 기준의 예산 쿼터가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나 현재 진행되는 지역 관련 사업에 대한 설명, 혹은 현재 추진 중인 사업에서 지역별 비중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해 반영하겠다든지 등등을 예상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영진위 위원장(‘작성자 산업정책연구팀장 김현수’ )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현재 집행 중인 사업을 크게 줄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연간 예산의 지역별 배정 할당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영화발전기금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징수 규모를 입장권 가격의 5% 범위 내에서 대통령이 정하도록 하고 있고, 현재 징수 규모는 입장료의 3%다. 만일 이 징수 규모를 높인다면 지역 진흥사업에 대한 예산배정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가 돈이 없어서 예산 확대를 못하고, “지역영상산업 및 영상문화 활성화”사업을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그렇게 돈이 없는 조직이 영화발전기금을 담보로 660억원을 대출받아 부산에 촬영소를 선착공하나?(<씨네21> 1055호, ‘빚으로 세우는 부산종합촬영소’) 언제 팔릴지 기약 없는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담보로 빚내서 부산종합촬영소를 세우는데, 이를 위해 영화발전기금 계정까지 분리하겠다고 한다. 결국은 영화발전기금에서 먼저 660억원을 꺼내 쓰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영화발전기금으로 깨끗하게 갚겠다는 것이다. 참 돈 많다.
아니, 아니, 아니다. 그렇게 미리 꺼내 쓰니 기금 고갈이 앞당겨질 테고, 앞당겨지는 기금 고갈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미리 기금 징수 규모를 늘리자고 얘기하는 것이겠구나. 와우,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다. 그러니 지역에 대한 진흥사업을 고민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구나. 기승전+영진위가 사용할 영화발전기금을 더 거둘 명분이 중요한 거구나.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한 취지를 무시, 외면하는 능력에 경탄할 따름이다.
이 정도 수준의 논리라면 예산 없는 중기진흥계획 발표한다는 비판이 의미가 없어 보인다. 기금 징수 규모를 늘리면 쉽게 해결되는데, 굳이 예산을 고민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영화발전기금을 대하는 영진위란 조직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