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하고 슴슴한 평양냉면을 닮았다. 함께 일할 기회가 또 생긴다면? 당연히, 예스. 세련된 감성과 단호한 판단력, 따스한 동료애를 두루 갖춘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박미향 기자) “굉장히 섬세하고 꼼꼼하다. 상황 판단력이 빠르고, 재치가 넘친다.”(조혜정 기자) “술과 사람과 음식을 사랑하는 낭만파 기자.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준 선배.”(이정국 기자) 전 직장(<한겨레> 목요섹션 ESC팀) 동료들의 상찬은 결코 예의상 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옛 동료를 설명하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좋은 영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이만한 적임자도 없을 것 같다. 이 상찬의 주인공은 7월14일 론칭한, 네이버 모바일 영화판을 편집하고, 운영하는 ‘씨네플레이’(cineplay)의 서정민 대표다. 1999년 <한겨레>에 기자로 입사해 문화부에서 10여년 동안 대중음악과 영화를 담당했고, 지난 5월까지 ESC팀 팀장을 맡았던 그다. 씨네플레이는 <한겨레>와 네이버가 합작해 만든 영화콘텐츠 전문회사로, <씨네21>도 참여하고 있다.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영화의 모든 것’이 이곳에 있으니, 스마트폰을 꺼내 네이버 모바일 홈페이지의 홈메뉴에서 영화 주제판을 설정하시라.
-론칭 준비는 잘되고 있나.
=공개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생각했던 대로 진행되고 있다.
-<한겨레>와 <씨네21> 그리고 네이버가 ‘씨네플레이’라는 영화판을 신설한 이유는 뭔가.
=콘텐츠로서 영화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 감상하기도 하지만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기 위해 찾아보기도 한다. 최근 게임, 웹툰, 방송 등 즐길 거리가 많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영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이 적어졌다. 영화계 소식을 포함해 뉴스를 접하는 플랫폼 또한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모바일에 영화 정보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네이버 영화 주제판을 새로 만들면서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해 영화 콘텐츠를 보고, 즐기고, 극장에 가서 영화를 찾아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씨네플레이는 ‘영화와 함께 놀자’ 같은 의미인가.
=처음에는 ‘씨네플러스’ 같은 이름도 후보로 나왔는데 플러스라는 말이 모호한것 같았다. 영화 콘텐츠를 보면서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짓게 됐다. 또 플레이가 영상을 튼다는 뜻도 있지 않나.
-어떤 콘텐츠를 선보여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는 잡지와 달리 모바일 콘텐츠는 짧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점심 식사를 하고 난 뒤 잠깐 보게 되는 성격의 콘텐츠니까. 하지만 짧고 가벼운 콘텐츠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쉽고 가볍되 깊이와 전문성까지 갖춘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이다.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할 수 있다고 본다.
-론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인 콘텐츠들은 확실히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를 오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개봉을 앞둔 신작과 과거 개봉작 추천,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으려고 했다. 막상 시범 운영을 해보니 사람들은 신작 정보에 목말라 있더라. 가족 나들이든 연인과의 데이트든 주말에 극장에 갈 때 볼만한 영화를 알고 싶어 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의 수요를 생각해 지금은 개봉작 중심의 콘텐츠를 강화하고, 과거 개봉작 관련 콘텐츠는 양을 약간 줄였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반응을 지켜보면서 그것에 맞는 운영을 할 계획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시범 운영했던 콘텐츠를 보여준 적 있나.
=아내에게 보여주니까 콘텐츠부터 클릭하지 않고, 전체 구성을 유심히 보더라. 사람들은 개별 콘텐츠만큼이나 어떤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볼 것 같다.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들이 노출되는데, 우리가 모두 직접 생산할 수 없다. 그 점에서 기존 콘텐츠(뉴스, 블로그, 동영상, 사진 등)들을 의도에 맞게 수집해 선별한 뒤 내보내는 큐레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큐레이션을 하면서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만든 콘텐츠든 블로거가 쓴 콘텐츠든 씨네플레이 안에서는 평등하다.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셈인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팀장을 맡은 지 6개월 정도 된 ESC팀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던 상황에서 회사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아 고민을 해야 했다. 평소 모바일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꾸준히 이용해왔다. 최근 콘텐츠 환경이 이미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었지만 앞으로 5년 안에 모바일은 모바일대로 더 크게 바뀔 것 같고, 종이 신문은 종이 신문대로 전문적으로 바뀔 것 같다. 모바일 매체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되게 궁금했고, 이 새로운 매체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음악만큼이나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영화 콘텐츠를 모바일에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수 있을 것 같았다. 새로운 도전을 하면 힘들어지는 게 눈에 뻔히 보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일이 가시밭길 같지만, 충분히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다.
-새로운 일을 제안받았다고 하니 가족이나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주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런 기회가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했다. 아내는 처음에 약간 부정적이었던 것 같다. IT 관련 업계가 불안정하고, 잘되리라는 보장이 없어 탐탁지 않게 생각하다가 그럼에도 도전을 하겠다면 지지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지금은 믿고 따라준다. 또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는 게 쉽지 않은 나이니 지금이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시도해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신문기자를 오랫동안 했던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
=평소 기사는 독자들에게 쉽게 읽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어려운 얘기를 쉽게 써내야 능력 있는 기자라고 생각한다. 씨네플레이가 만든 콘텐츠도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발을 들이게 한 뒤 점점 전문적인 영역으로 빠져들게 하고 싶다. 모바일 콘텐츠를 ‘스낵 컬처’(Snack Culture,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무언가를 즐기는 문화)라고 하지 않나. 새콤달콤한 풍선껌 같은 콘텐츠를 만들되 단물이 빠지면 버리는 게 아니라 단물 뒤에 몸에 좋은 홍삼 농축액 같은 게 나오는 그런 콘텐츠를 지향하고 싶다. 씨네플레이를 보고 ‘어라, 재미있겠는데’ 하며 영화를 찾아보게 유인하고 싶다.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긴장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렇다. 요즘 맥주 몇캔씩 마신 뒤 잔다. 잠을 아주 못 잘 정도는 아닌데 최근에는 이상하게도 새벽에 깬다. 기자 생활할 땐 아침에 그렇게 눈이 안 떠졌는데. (웃음) 영화계와 대중이 어떻게 봐줄지 되게 궁금하다. 반응에 따라 콘텐츠 방향과 성격을 계속 조율해야 할 것 같다. 론칭을 준비할 때도 쉽지 않았지만, 론칭하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