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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안녕 우리말> 착한 프로그램의 존재의 자리

“이 두 운동화 중 어느 것이 낳나요?” 웹사이트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철자법이 틀린 건 그렇다 치고 의미 전달 자체도 애매하게 변질되어버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간혹 바로잡아주는 댓글에는, ‘빡빡하게 굴지 말라’ 등의 답들이 수두룩하게 달린다. 그렇다고 우리말을 곱게 쓰고, 철자법을 맞춰 쓰자는 운동을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친 줄임말과 신조어 속에 세대간의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 2016년 한국에서는, 소통을 위한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더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KBS1의 <안녕 우리말>은 공중파 방송에서 만들어야 할 적합한 콘텐츠 중 하나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요 타깃층인 청소년을 위해 주인공을 아이돌 걸그룹 걸스데이의 민아로 설정했다. 3분 남짓한 시간에 풀어내는 이야기와 언어들이 요즘 10대, 20대들이 살아가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도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인다. 바른말의 상징과 같은 아나운서가 나오긴 하지만 그는 각종 은어와 비속어를 사용하며 망가진다. ‘중고거래’편에서는 ‘개이득’, ‘어이가 1도 없거든요’ 등의 은어가 해설과 함께 등장하고, 중고거래의 상황 설정까지도 품어낸다. 최근에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과 방송인 박슬기가 등장, 악성댓글, 사생팬 등 아이돌과 관련된 상황 설정 속에 추리와 코믹연기를 가미해 시즌2와 같은 재미를 주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과 이어폰에 집중하며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3분 안팎의 모바일 전용 콘텐츠의 필요성은 이미 명확한데, <안녕 우리말> 같은 착한 프로그램도 그 자리를 보장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