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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자율성, 독립성 확보와 반대로 가는 시대착오적 합의
조종국 2016-07-15

말 많고 탈도 많았던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정관 개정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7월13일 부산영화제는 임원회를 열어 (사)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이사회로 명칭 변경, 당연직 임원 조항 삭제, 임원 및 집행위원 정원 축소, 상임집행위원회 폐지, 임원 및 집행위원으로 총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7월22일 임시총회를 소집해 처리할 예정이다. 부산영화제쪽에서는 이 정도면 정관 개정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을 매듭짓고, 영화인들이 보이콧을 철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눈치다. 부산시 공무원과 기관, 단체장이 당연직 임원이 되던 정관 조항을 삭제하고, 이사회와 집행위원회 구성도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5:5로 추천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으니 ‘선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정관을 개정하면 2년가량 그렇게 주창했던 부산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일까? 기존 정관과 개정안의 조항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부산영화제의 설명과는 다른 함정이 여럿 도사리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조직위원, 조직위 자문위원, 집행위원, 집행위 자문위원 등 총 71명으로 되어 있는 총회 구성원을, 이사와 집행위원 등(자문위원 제외) 총 26명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부산영화제의 패착이거나 자충수다.

일련의 사태에서 이미 확인한 대로, 부산영화제는 정치적 외압이나 외풍, 내부의 과실을 예방하고 견제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정 기능이 작동하는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회원의 총의로 운영하는 민간 사단법인의 본령에 맞게 영화 관계자와 관객은 물론 시민들까지 일반 회원으로 수용해서 저변을 넓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 조직위 자문위원과 집행위 자문위원의 의결권을 박탈하고 의사결정 단위를 소수로 바꾼다는 발상부터 시대착오적이다. 까닭이야 뻔하다.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이사와 집행위원 수를 5:5로 추천해서 봉합하기로 ‘이면 합의’했기 때문이다. 김동호 위원장은 부산시장으로부터 정관 개정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정작 개정안 협의 과정에서 실무자들은 ‘전권’을 행사하기는커녕 부산시의 터무니없는 요구사항까지 잘라내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다이빙벨> 사태로 촉발되었지만 단순히 부산영화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큰 흐름’이 정관 몇 조항 바꾸는 문제로 탈색되고 만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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