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현용 <한국산업전략센터> 소장
‘차세대 영상콘텐츠 제작지원사업(동계올림픽 콘텐츠제작지원)’이라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사업이 있다. 7월18일부터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영진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무려 “영화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영화 제작공정의 선진화를 통해 차세대 영상콘텐츠의 제작환경 마련”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이며, 이를 통해 “스포츠의 생생함을 영상으로 재현하여 부대행사 및 체험을 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차세대 영상콘텐츠 제작”을 하는 것이 최종적인 성과 목표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다양한 부대행사(홍보, 체험)에 필요한 체험형 차세대 영상콘텐츠 제작지원”이다. 더더욱 구체적으로는 “동계올림픽 체험관(’14년 조성)에 있는 4D 체험용 3D콘텐츠 제작(동계올림픽의 대표 종목인 스키점프, 스노보드, 산악스키 등을 전용장비를 통해 체험 가능)”하는 것이다. 실체가 밝혀졌다. 차세대 영상콘텐츠가 뭔가 하니, 평창 4D 체험관에 공급할 동계올림픽 홍보영상이다. 남의 잔치에 10억원을 지원한다. 올림픽 홍보예산을 이런 식으로 영화발전기금에 끼워넣은 것이다. 여기에 무슨 차세대 영상 어쩌고 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영진위가 어떤 조직인가 하면 돈이 없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서, 국내에 단 하나뿐인 민간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한 5천만원 지원을 끊은 조직이다. 영진위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은 10억원을 쓰면서 말이다. 이러는 와중에 남의 잔치에 후원하는 걸 차세대로 포장하면서 10억원을 쓴단다. 누구 말마따나 진짜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님이 많은 거다. 이렇게 말하면 “일반회계이전” 사업이라며 핑계를 댈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재정으로 해야 할 것을 영화발전기금으로 떠넘겼다는 얘기다. 영진위는 힘이 없어서 문체부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 좋다.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상급기관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러저러한 예산들이 생기기도 한다. 예컨대 해외문화원에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해외문화원사업의 예산을 영화발전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문체부가 같이 떠넘긴 또 하나의 예산은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길 바란다. 문체부가 지원하던 인천다큐멘터리포트(이하 인천다큐포트) 지원예산이 문체부 예산에서 영화발전기금으로 이전되었다는데, 영화발전기금 지원사업 어디에도 인천다큐포트라는 이름은 보이질 않는다. 이런 건 또 잘도 잊어먹는다. 배달사고인가? 아니면 용감하게 낙하산에 맞선 것인가? 일을 잘하든 못하든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