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 같은 느낌이 좋아 다락방에 살고 있다는 혜이니. 조그만 방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찻잔 세트, 움직이는 저금통, 낡은 축음기 같은 걸 하나둘 꺼내어 움직여본다. 혜이니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수집가 혜이니’라는 영상 속 장면이다. 무대에서 내려온 혜인이(김혜인이 본명이다. -편집자)는 활기차고 밝은 무대 위 혜이니만큼이나 귀엽다. 독특한 목소리로 주목받았지만 실은 드러나지 않은 매력이 훨씬 많은 스물다섯 소녀. 혜이니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1년 만에 디지털 싱글 <연애세포>를 냈다. 그동안 예능이나 O.S.T 작업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무대에 대한 목마름은 없었나.
=팬들이 내가 언제 컴백하는지를 항상 궁금해했지만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지 못해 늘 아쉬웠다. 얼마 전 MBC <복면가왕>을 통해 멋진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그 갈증이 약간 해소된 것 같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니 본업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음악도 그렇고 무대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전보다 성숙해진 느낌인데 그 변화의 폭이 크진 않다.
=지난 <복면가왕> 출연 때 섹시한 춤도 준비하고 옷도 성숙하게 입어봤는데 결국 혜이니는 혜이니다 싶더라. (웃음) 지금의 나와 어울리는 성숙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서 변화가 크진 않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의상, 뮤직비디오, 노래 모두 조금 더 편안한 느낌이라는 거다. 지난 곡들을 보면 노래에 쉼이 없다. 이번 싱글은 컨셉을 뚜렷하게 잡지 않았고 캐주얼하고 자연스러운 편이다.
-데뷔곡 <달라>를 만든 작곡가 이어어택(earattack)과 다시 작업했다.
=아무래도 데뷔 때 생각이 나더라. 그때와 비교하면 녹음도 믹싱도 훨씬 시간이 짧게 걸렸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술술 진행됐다. 기억에 남는 건, 작곡가님과 만났을 때 (이어어택 작곡가가 만든) 갓세븐의 <FLY>가 1위를 했다. 갓세븐이 수상 소감을 말하며 “‘이어어택’ 형 감사해요”라고 했는데 어떤 기자분이 기사에 ‘이영택 작곡가’라고 써서 화가 난 상태셨다. (웃음)
-<복면가왕> 무대를 보고 그동안 독특한 음색에 가려져 가창력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이니는 실은 가창력도 뛰어난 가수다.
=혜이니 하면 특이한 목소리, 작은 체구 같은 키워드가 뚜렷하다. <복면가왕> 무대에 서면서 목소리와 노래에만 집중하게 되고, 노래 실력에 대한 평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나에겐 꿈의 무대였고 무사히 잘하고 온 것 같아서 뿌듯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이런 노래도 잘 어울리네’ 하는 생각을 대중이 갖게끔 해주고 싶다. 그런 장르를 계속 찾고 있는데 참 어려운 작업 같다. 개인적으로 요즘 레게나 보사노바가 흥미롭다.
-정식 데뷔 전에 유학 생활을 다룬 에세이를 냈고 가수 김현철의 키즈팝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다. EBS <방귀대장 뿡뿡이>에서 호호 언니 역할로도 출연했고. 어릴 적부터 끼가 다분했던 것 같다.
=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호기심이 많았다.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다 경험해보고 싶었다. 오빠가 있는데 나보다 여섯살이 많다. 나이가 어린 막내라서 집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걸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능 MC와 게스트, 애니메이션 더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노래 다음으로 재밌는 게뭔가.
=예능도 라디오도 다 너무 재밌다. 최근엔 인터넷 방송에서 크레이지 아케이드 게임 중계방송을 몇번 했었는데 그것도 너무 재밌더라. 가수 다음 목표는 프로게이머가 되는 거다. (웃음)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 꾸준히 게임 방송을 해서 광고를 찍는 것이다. (웃음)
-최근에는 한•중 합작 웹드라마 <혀끝의 연애>에서 중국인 역할로 캐스팅됐다.
=경기도 관광청의 인턴이자 한국어가 어눌한 중국인이다. 그동안 짧게 연기를 하긴 했어도 주인공 역할은 처음이다. 긴장도 많이 됐는데 캐릭터 성격이 나랑 비슷했다. 긍정적이고 밝고 철부지 같은 느낌이다. 연기는 무대랑은 다르게 길게 집중해야 하는 점, 배우들과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점이 재밌더라.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
-자칫하면 익히 봐온, 유학생을 흉내내는 연기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다.
=외국어를 할 때면 발음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편이다. 또 평소에 말을 천천히 하면 외국인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촬영 쉬는 시간에 감독님이 내가 말하는 걸 듣고 “원래 이렇게 말해?”라며 깜짝 놀라실 정도로 평소 말투가 외국인 같나보다. (웃음) 이렇게 연기를 하면 되겠구나 싶어서 자연스럽게 했다. (웃음)
-어느덧 데뷔 4년차다. 인터뷰에서 솔로 가수로서 씩씩하게 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는데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자면.
=능력치가 굉장히 상승했다. 사인이나 인터뷰를 할 때 그룹은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한마디씩만 하면 된다. 근데 나는 4년 동안 혼자 해온 게 많아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사인을 할 때 콧노래를 부르면서 할 수 있을 정도다. (웃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전학생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계속 방송 일을 하면서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재밌게 방송하는 걸 배웠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많은 연예인분들이 그럴 건데 지치지 않는 게 목표다. 대중가수가 되고 싶다. 내 노래가 아직까지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노래가 아니지만 나중에 혜이니 하면 “나 그 노래 좋아”라고 할 만큼 사랑받고 싶다. 노래뿐만 아니라 예능, 개인방송, 라디오 등에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다. 앞으로도 씩씩하게, 열심히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