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덜덜덜, 캐리어 바퀴 구르는 소리가 익숙하다. 새삼스럽지만, 또 여행이다. 케이블과 종편이 지상파보다 유연한 편성을 이용해 출연 멤버를 바꾼 시즌제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간판 예능으로 삼은 지도 꽤 됐다. 하지만 여행의 고생담을 뽑아내기 위한 주요 설정이 지상파 국내여행 프로그램 시절에 머물러 있던 탓에 여기가 아닌 곳의 고생은 저기까지 가서 대체 왜? 라는 짜증을 낳기도 한다. 무리하게 경비를 제한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자고 해당 장소에서 제한되는 행동이 무시될 때도 있다. ‘할배’들이 취사가 금지된 호텔 객실에서 찌개를 끓여먹고, ‘청춘’들은 여럿이 앉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만 시켜 마시거나 공용 수영장에서 알몸 수영을 했다.
아버지와 아들, 단둘만 있기엔 어색할 부자간 해외여행기. 별 기대 없이 시청한 tvN <아버지와 나>의 첫회는 쾌적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른바 민폐라고 부를 행동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초반이라 일곱 팀의 부자가 다 출연하진 않았지만, 예산을 쪼개느라 의식주에 관련된 매너를 지키지 않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관광지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던 에릭남의 아버지가 호의를 되갚는 모습도 여행의 의미를 부자간에 오가는 감정에 한정하지 않는다. 자막은 ‘직업이 연예인이란 것 말고는 아주 평범한 부자들’이라고 해도, 연예인은 연예인이고, 그들의 아버지는 대부분 여유 있는 표정에 장소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상식적인 행동을 한다. 자, 그래서 문제가 되는가? 도리어 연예인이 여행지에서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을 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공감을 사려던 시도가 얼마나 불쾌했는지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