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범죄 사범자 2차 명단이 발표되었다. 15살 미만 여아들을 상대로 한 추행이 가장 많았으며, 이른바 원조교제는 여중학생들을 상대로 한 것들이라고 한다. 살인에 가까운 여아 폭행에는 할말을 잃지만, 여중생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통해서는 비열한 자본의 표정을 읽게 된다. 또 최근 미국 연방수사국은 여아나체 사진을 상업적으로 유포하는 인터넷 관련자들을 검거했는데, 신부, 교사, 스쿨버스 운전사 등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이란, 특히 남성들이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동물들인지 아연에 질색이다.
이번주 독립영화극장(KBS2TV 금요일 새벽 1시10분)에서는 중국 단편영화인 <버스 44>(35mm/ 컬러/ 11분)를 방영한다. 데이얀 엉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한적한 교외를 달리던 44번 버스에서 일어난 노상강도들의 강탈과 여기사 추행에 얽힌, 급격한 반전을 지닌 영화다. 여기사가 벌판에서 추행을 당하려고 할 때 한 청년만이 그녀를 구하려다 실패하고 만다. 이후 여기사는 그 청년만 태우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타인의 자존이 가차없이 무너지는 것을 구경만 하는 행위도 응징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단편 특유의 생략과 군더더기없는 연출도 볼 만하지만 무엇보다 도드라진 것은, 불의를 보고도 구경만 한 사회적 인간의 책임감에 관한 날카로운 언급이다. 선댄스영화제와 클레르몽 페랑영화제의 화제작이기도 했다.
<초롱과 나>(노동석/ 16mm/ 흑백/ 23분)는 2년만 일찍 나왔어도 엄청 주목받았을 영화다. 강아지를 너무 사랑하는 동생과 그 동생을 괴롭히는 형의 ‘이유있는 억압’,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 특히 박정희와 전두환을 떠올렸다. 우리를 짓누르는 억압은 대체로 지배권력의 상식적이며 이유있는 억압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분노는 나의 힘’이다. 독립영화는 우리 영화의 힘이다. 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