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저작물 블러 처리에 관해 필자가 쓴 (<씨네21> 1053호 “등급분류 이후 블러 처리, 영등위 사후관리센터에 신고하면 되나?”) 글에 영등위가 지난 5월11일 “영상물 ‘블러 처리’에 대한 영등위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과연 필자의 글은 영등위의 지적대로 ‘부정확하거나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로 영등위의 신뢰를 저하시킨 것’인가?
필자가 지난 글에서 지적한 것은 영등위가 신설해 운영하고 있는 사후관리센터가 제 기능을 하려는 척이라도 하려면 방송국이나 IPTV 등에서 흡연 장면 등을 블러 처리하는 관행에 대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상 주어진 영등위의 법적 권능을 행사하라는 것이었다. 방송에서 이루어지는 화면 처리 관행이 영비법상 등급분류받은 영화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판단해 달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니 필자에 글에 영등위가 취해야 할 대응은 별다를 게 없다. 등급분류 이후의 블러 처리가 불법이라 판단된다면 그러한 관행을 즉각 중지시켜야 한다. 불법이 아니라면 불법이 아니라는 판단 근거를 제시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영등위의 반박은 블러 처리가 영등위와 관계없다는 것이다. 영등위가 등급분류된 영화를 사후관리하겠다면서, 자신들이 등급분류한 영화가 방송 등에서 임의로 변경되는 상황이 왜 관계가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방송국이 만든 방송물의 블러 처리를 문제제기한 것이 아니다. 영등위가 블러 처리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사실관계의 쟁점은 영등위의 등급분류 시에 없던 블러가 생긴 영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필자가 이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가? 아니면 사후관리하겠다는 영등위가 증명해야 하는가? EBS에서 상영되는 한국고전영화는 예외 없이 흡연 장면을 블러 처리하고 있다. 영등위가 블러 처리가 들어간 영화를 등급분류했나? 그런가?
기왕에 또 하나 “영상물의 내용을 삭제, 수정하는 ‘일체의 심의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영등위의 주장에 대해 등급 확정 전 신청 취소건수, 그렇게 신청을 취소한 영화가 다시 등급분류 신청을 하는 건수도 공개하시라. 등급 확정 전 신청자가 스스로 신청을 철회하고 다시 신청하는 이유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