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6월1일 오전 10시30분, 부산지방법원 제355호 법정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하 이용관 ‘전 위원장’) 등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검찰의 공소 사실 요지와 변호인의 변론 요지를 간단하게 밝히고, 판사 주재로 검찰이 제출한 증거 목록을 놓고 변호인의 인정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만 거치고 끝났다. 비슷한 시각, 서울에서는 김동호 조직위원장(이하 ‘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하 ‘위원장’) 등이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계자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이용관 전 위원장은 하루 전 비대위 관계자 등 영화인을 두루 만나 ‘입장’을 설파했다.
지난 5월9일, 서병수 부산시장과 김동호, 강수연 두 위원장이 어색한 악수를 하는 사진과 함께 봉합, 일단락, 화해, 정상화 등의 제목으로 보도된 뉴스를 일별한 영화인은 그동안의 갈등과 파행이 곧 수습되는 것으로 안도했다. 하지만 곧바로 적지 않은 언론에서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영화계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이빙벨> 사태를 초래한 부산시의 사과가 없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고, 부산영화제의 명예 회복이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명백한 조치 없이 ‘김동호 컴백’으로 쟁점이 희석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이견의 핵심은, <다이빙벨> 사태에서 촉발된 파행에 대한 부산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독립성과 자율성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정관 개정, 부산영화제 탄압의 표적이 되어 재판까지 받게 된 이용관 전 위원장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조치 등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동호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수락한 것은 부산시에 면죄부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과, 어떻게든 올해 영화제는 열어야 하니 김동호 위원장이 와서 정관도 개정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해서 정상화하면 된다는 입장의 차이다. 얼핏 보면 내용은 큰 차이가 없는 순서의 문제일 수 있다. 부산영화제와 비대위 몇몇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큰 차이’가 아니니 ‘대립’으로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고. 그럼 ‘비공식적’으로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느닷없이 생긴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