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감독 매트 그로닝 장르 애니메이션 (폭스)
미래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이미 수많은 영화와 만화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래세계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미래사회는 이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첫소설은 휴고 건즈백의 (Ralph 124C41+, 1911)이었다. 미래사회의 이런저런 풍경들이 그려진 그 소설이 1911년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상상력이란 가지고 있는 지식에 기반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상식과 발상을 도발했을 때 더욱 놀라움을 준다. 발랄하고 때로 기괴한 상상력은 철저하게 논리로 다듬어진 ‘예측’보다, 아름답고 또 황홀한 느낌을 준다.
<심슨 가족>의 창조자 매트 그로닝이 만든 <퓨처라마>는 ‘상상력’이란 점에서, 정말 엽기적이다. 로봇이 사는 집은 관을 수직으로 세워놓은 듯한, 성인 남자 세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공간이다. 음 그렇군, 하며 보는데, 갑자기 로봇이 ‘벽장이 있다’고 말하며 문을 연다. 그 안에는 보통 아파트만한 공간이 텅 비어 있다. 단순한 발상의 역전이지만 이런 작고 도발적인 상상력이 <퓨처라마>의 윤기를 더해준다. <심슨 가족>에서 기상천외한 가족의 캐릭터가 벌이는 진기한 사고들을 거침없이 펼쳐보였던 매트 그로닝은, <퓨처라마>에서 시공을 초월하며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파노라마를 깔끔하게 전개한다.
1999년 12월31일 집도 없고, 애인은 바람나고, 자전거도 도둑맞은 프라이는 인간냉동보존 연구소에 피자배달을 간다. 사고로 냉동이 되어 1천년 뒤에 깨어난 프라이는 외눈박이 외계인이자 공무원인 릴라를 만난다. 릴라는 유전자로 직업을 결정하고, 몸에 그 직업 칩을 박는 일을 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에 고무되어 있던 프라이는 다시 배달부로 직업이 나오자 도망을 친다. 도중에 골통 로봇 벤더를 만나 친구가 되고, 프라이를 쫓던 릴라는 획일적인 삶에 환멸을 느껴 칩을 빼버리고 팀에 합류한다. 직업이 없어 체포될 위기에 놓인 프라이 일행은 유일한 친척이라는 판스워드 교수를 찾아간다. 그리고 판스워드 교수가 운영하는 플래닛 익스프레스에 취직을 한다. 프라이가 어릴 때부터 원하던 ‘우주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공식적인 직업은 여전히 ‘배달부’. 아무리 위험한 외계의 행성이라도, 절대로 사고없이 화물을 운송하는 직업이다.
이번에 나온 <퓨처라마>는 <웰컴 투 퓨처>와 <릴라는 원더우먼>, 두편이다. 프라이가 천년 뒤의 세계로 가는 에피소드로 시작하여 달세계여행, 외계판 노아의 방주사건, 로봇 행성 등 황당한 사건들을 담고 있다. 1999년 방영이 시작된 <퓨처라마>는 에미상 2개 부문을 수상했고, 2000년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 ‘가장 좋아하는 신설 시리즈’ 후보에도 오르는 등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심슨 가족>의 미래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놀라운’ 애니메이션.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