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출판사 갈리마르에서 인류의 문화유산을 종합 정리한다는 취지로 1986년부터 펴냈다는 데쿠베르 총서.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부터 시공디스커버리 총서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었던 바로 그 책인데, 지금은 없어진 강남역 지하 동화서적에서 이 책을 한권씩 사들였던 기억이 난다. <마야, 잃어버린 도시들> <연금술> <부두교, 왜곡된 아프리카의 정신> 등의 책을 사고, 소파 한구석에 파묻혀 지식을 충전했었다.
XTM에서 이미 240회 남짓 방송되고 있는 <가제트: Guy’s Academy>에는 온갖 종류의 지식이 가득하다. ‘남자들이 알고 싶은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는 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도 그렇고, 가제트(gadget)라는 영어 단어와 가제트 형사를 블렌딩한 것 같은 프로그램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로 남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주제들을 선정하고 있다. 최면이나 피라미드, 스니커즈의 역사나 에너지 드링크의 효시 레드불을 거쳐 셜록 홈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까지. 발견의 경지에 이른 것도 있고, 잡식에 가까운 것들도 많다. 프로그램은 ‘가제트 형사’ 성우 배한성의 내레이션과 편집 자료화면, 자막으로 단순화되어 방송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도서관에서 있었던 기이한 이야기>에선 그야말로 도서관 지하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다. 책을 읽고 기억하게 하는 특수한 능력을 부여받은 후, 지식이 들어찬 뇌를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 엽기적인 종말이 다가오는데도 주인공은 지식을 채우는 쾌감을 놓지 못한다. 물론 소설과 같은 상황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지식이 뇌의 작은 방들을 메워나가는 쾌감이 무엇인지는 왠지 동감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