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캐릭터를 저렇게 잡았을까 그냥 편하게 살지. 매력 있어 그게? 못생긴 게 만만하게 보이진 말자 그런 거야?” tvN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서현진)이 동료를 모아놓고 마흔네살의 직장상사 박수경(예지원)의 험담을 하는 중이다. 다소 치우치고 못된 말을 동원해 상사를 씹고 스트레스를 푸는 게 흔한 일이긴 한데, 타인을 재단하는 기준이 유독 가혹한 경우엔 평가하는 사람의 자부심이나 콤플렉스도 투명하게 드러나곤 한다.
해영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의 ‘이쁜 오해영’(전혜빈)의 들러리인 ‘그냥 오해영’ 취급을 당했다. “미워하면 지는 거다. 질투하면 지는 거다. 난 이런 걸로 상처받지 않는 꿋꿋한 여자애다. 그렇게 세뇌시키며 어금니 꽉 깨물고 버텼다”는 회고 속에는 주변의 기대와 인정에서 벗어나 있는 십대가 스스로 자아상을 만들고, 매일같이 극기하듯 자신의 가치를 구하던 시절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존재감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겐 익숙한 자기방어술이다. 당연하게도 자신을 지키는 완전무결한 방법 따윈 없고, 이 드라마는 남들 보기에 꼴사납지 않으려는 발버둥을 교묘하게 합리화하는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눈앞에서 카톡을 해대던 맞선남이 약속이 있다며 내빼려 하자, 해영은 그를 불러 세워 묻는다. “내가 그렇게 ‘아닌 얼굴’은 아니지 않아요?” 그 따위로 행동할 만큼 내가 당신 눈에 못생겼는가? 스트레이트로 따지지도 못하는 굴절된 대사라 한참 웃었다. 그냥 무례함인데, 타인이 무례한 까닭을 나에게서 찾는다. 이건 뭐, 거울인가 싶어 피식 웃음이 터질 때가 있다. 잔뜩 긴장한 미간을 풀고 전보다 좀더 편한 표정을 짓게 도와주는 거울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