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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예측 불가능의 매력 - <베아트리체 없는 보리스> 드니 코테 감독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6-05-17

캐나다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드니 코테 감독이 세편의 영화로 전주를 찾았다. 블랙코미디 장르의 매력을 잘 담은 장편 <베아트리체 없는 보리스>, 리스본이라는 도시를 주제로 한 단편 <여행>, 카메라를 든 이의 불안한 1인칭 시점과 사운드만으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단편 <어쩌면 잠든 사이에>는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드니 코테 감독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컨벤션(관습)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정도”라는 드니 코테 감독은 올해 국제경쟁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데뷔작 <방랑자>(2005)가 2006년 전주국제영화제 우석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전주와 인연이 꽤 깊다.

=<방랑자>로 전주에서 받은 상금이 꽤 컸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그 상금 덕에 두 번째 영화 <우리의 사생활>(2007)을 만들 수 있었다. 이후로도 계속 전주와 특별한 인연을 쌓으면서 캐나다 감독인 내 존재가 중국으로, 일본으로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는 내 영화 경력의 기점이 되는 중요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와 픽션, 단편과 장편의 구분 없이 활발하게 작품을 만들고 있다.

=나는 야망이 큰 감독이 아닌 것 같다. 보통은 독립영화로 시작해 상업영화 진영으로, 할리우드로 진출하는데, 나는 그렇게 경력을 발전시켜갈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내 커리어를 하나의 거대한 벽이라고 생각한다. 그 벽에는 작은 벽돌도 있고 큰 벽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영화보다 두 번째 영화, 두 번째 영화보다 세 번째 영화의 규모가 커져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금 내가 마흔둘이다. 이 시점에 단편을 만드는 게 경력에 큰 도움이 되거나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단편 <어쩌면 잠든 사이에>를 만들었다. 그러고 싶었다. 제작비는 전혀 들지 않았고, 세명의 스탭이 이틀 동안 찍어 완성했다. 사람들이 ‘당신의 다음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하는데, 나 역시 사람들에게 ‘서프라이즈’를 안겨주는 게 좋다.

-단편 <여행>은 인디리스보아영화제의 의뢰를 받아 만든 작품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을 주제로 단편을 만들어야 했는데, 사실 난 리스본을 잘 모른다.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리스본이라는 도시의 구석구석은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인간관계에는 서툰 여행 가이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의 새로운 도전을 좋아한다. 그동안 낯선 언어로도 영화를 찍어봤고, 비전문 배우와도 작업해봤다. 또 모를 일이다. 내일 누가 전주에 관한 영화를 의뢰하면 만들지도. (웃음)

-<베아트리체 없는 보리스>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몸져누운 아내를 걱정하면서도 계속해서 바람을 피우는 성공한 남자 보리스의 이야기다.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이 영화는 나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9편의 장편을 만들었다. 운이 좋게도 성공한 감독 소리를 듣는다.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있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여행도 한다. 이런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 이런 좋은 삶을 살게 된 것을 무척 감사히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나는 내 부모형제에게, 여자친구에게 어떤 사람일까. 이 영화는 성공한 아티스트로서 내가 나에게 던진 그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소감을 말해달라.

=젊을 땐 감독으로 초청했는데 이제는 심사위원으로 부른다. (웃음) 개인적으로 ‘경쟁’이라는 게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는 대회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토론하는 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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