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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에단 호크의 연주 신, 대역은 한 장면도 쓰지 않았다" - <본 투 비 블루> 로베르 뷔드로 감독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6-05-17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삶을 다룬 <본 투 비 블루>는 일대기 형식을 갖는 보통의 전기영화와는 다른 노선을 취한다. 영화는 그의 연주를 닮아 담백하지만 미묘하다. 로베르 뷔드로 감독이 풍기는 느낌도 영화와 비슷했다. 건강한 캐나다인의 느낌과 예민한 예술가의 분위기가 공존했다. 데뷔작 <뷰티풀 섬웨어>(2006) 이후 <큐비클 워리어스>(2013), <솔로>(2013) 등 다수의 영화에 프로듀서와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로베르 뷔드로 감독이 두 번째 연출작 <본 투 비 블루>를 들고 전주를 찾았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삶을 영화로 옮겼다. 원래 재즈 애호가였나.

=재즈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아한다. 영화를 공부하던 학생 시절인 2003년에는 1940년대 재즈 클럽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룬 5분짜리 단편 <드림 레코딩>을 만들었다. 그때 인연을 쌓은 캐나다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데이비드 브레드가 <본 투 비 블루>에도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많은 재즈 뮤지션 중에서 쳇 베이커에 매료된 이유는.

=쳇 베이커는 특별한 스토리를 지닌 뮤지션이다. 젊은 시절엔 제임스 딘에 비견될 만큼 멋진 외모를 지녔지만 약물중독에 빠지고 치아가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하면서 인기와 명성을 잃었다. 그러고는 다시 멋지게 재기했다. 음악적으로는, 매우 로맨틱하지만 심플한 음악을 선보였다. 미국 서부 해안 출신이어서인지 그의 음악엔 바다의 낭만이 깃들어 있다. 영화적으로 표현할 것이 많은 뮤지션이다.

-쳇 베이커의 인생에서 1960년대 삶에 집중한다. 이 시기에 집중한 이유가 있을 텐데.

=1960년대 미국에서 재즈는 죽었다. 쳇 베이커는 그 시기를 통과하면서 재기의 몸부림을 친다. 당시 쳇 베이커에겐 사랑하는 흑인 여성이 있었는데, 1960년대 미국에선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였다. 이런 요소들이 얽혀 있는 시대라 흥미로웠다.

-뉴욕의 재즈 클럽 버드랜드에서 연주하는 과거 장면은 곧 쳇 베이커의 전기영화 속 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영화 속 영화가 과거와 현재, 쳇 베이커와 그의 연인 제인(카르멘 에조고)을 연결하는 고리로 사용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쳇 베이커의 전기영화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대기 형식을 취하는 전형적인 전기영화처럼 만들기 싫어서 활용한 장치다. 그럼으로써 과거와 현재, 판타지와 현실, 과거의 연인과 현재의 연인을 모두 불러올 수 있었다.

-연주 장면을 연출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에단 호크는 쳇 베이커의 연주 영상을 보면서 그의 트럼펫 핑거링을 모두 익혔다. 대역을 한 장면도 쓰지 않았다. 에단 호크가 진짜로 연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연주 장면을 풀숏으로 찍었다. 바닥을 쳤다가 서서히 명성을 되찾아가는 뮤지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세팅된 큰 무대를 보여주거나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이 이 영화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에단 호크를 캐스팅한 건 훌륭한 선택이었다.

=에단 호크는 영리한 배우다. 자유분방하고 새로운 것을 이것저것 시도하려는 성격은 재즈 뮤지션의 특징과도 닮았다. 재밌게도, 15년 전 에단 호크는 쳇 베이커를 연기할 뻔했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쳇 베이커 영화를 준비한 적 있는데, 그때 에단 호크가 쳇 베이커를 연기하기로 했었다. 결국 링클레이터의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그는 여전히 쳇 베이커라는 인물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나의 캐스팅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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