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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서로를 알아가는 영화적인 과정 - <연애담>의 배우 이상희, 류선영
정지혜 사진 최성열 2016-05-16

이상희, 류선영(왼쪽부터).

이상희, 류선영 두 배우의 연기가 매우 인상깊었다.” <연애담>(2015)을 한국경쟁부문 공동 대상작으로 발표하던 심사위원 이치야마 쇼조. 두 배우의 이름에 힘을 실으며 깊은 지지를 보냈다. 멜로극 <연애담>에서 이상희와 류선영은 각각 사랑에 서툰 윤주와 윤주에게 사랑의 감정을 일깨워주는 지수를 연기한다. 이상희는 <철원기행>(2014)으로 사할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남매>(2014)로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다.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은 “섬세하게 연기하다가도 한순간 감정을 터뜨리는 힘이 있다”며 이상희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류선영은 <연애담>이 주연으로 참여한 첫 장편작이다. 촬영 전부터 “<연애담>이 선영의 덕을 보게 될 것”이라 예견했던 선배 이상희의 말이 에두르는 말 같지 않다. 충분히 귀 기울여보고 싶은 윤주와 지수의 연애담, 이상희와 류선영의 <연애담>이다.

-<연애담>에서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더라.

=이상희_감사할 따름이다.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듣고 엉엉 울었다. 감독님도 장편 데뷔작이고 선영이도 있어서 현장에서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주연작으로 잘하고 싶은 마음에 애정도 많이 쏟았다. 저예산에, 빨리 찍어야 했기에 스탭들이 정말 고생이 많았다. 배우 되고 처음으로 스탭들에게 편지를 써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류선영_상희 언니가 수상했다며 전화를 줬는데 목소리가 안 나와서…. 기쁜데 표현도 못하고, ‘문자로 해주세요!’ 했다. (웃음) 영화제 때 영화 홍보하며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목이 쉬었다. (직접 만들어 영화제 때 돌렸던) 명함? 을지로에 가서 종이부터 일일이 골라가며 만들었다. QR 코드를 넣어서 들어가면 <연애담> 트레일러를 볼 수 있다.

-말수 적고 감정 표현에 서툰 윤주, 적극적이고 도도해 보이는 지수다.

=이상희_윤주는 조심성 많고 소극적이다. 그러면서도 자기 주장을 해보려 애쓴다. 때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지수한테 서운함을 드러낼 법도 한데, 감독님은 ‘윤주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일관되게 말하는 사람’이라 하시더라. 그런 윤주의 성격을 만들어가는 게 어려웠다. 실제의 나? 좋고 싫음을 확실히 표현하는 편이다.

류선영_지수는 자기 감정에 솔직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나. 시나리오를 받고는 지수가 바로 이해됐다. 오히려 지수 몰래 혼자 지수를 생각하며 배시시 웃는 윤주가 답답해 보였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

=이상희_지수스럽다! (웃음) 지수는 자유롭고 당당하고 멋진 여자다. 선영은 가시 돋친 장미 같다.

류선영_그럼 나도 윤주스럽다고! (일동 웃음) 사람의 첫인상이 어떻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윤주 역을 맡은 상희 언니구나, 이렇게 생겼고, 말투는 이렇구나 정도였다. 작품으로 만나다보니 작품 얘기만 하게 되고. 내게 상희 언니는 그냥 윤주 같다.

-윤주와 지수가 감정을 주고받고 때론 몸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캐릭터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를 많이 나눴을 것 같은데.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이상희_감독님께서 지수에 대해 설명해주려 하면 안 듣겠다고 했다. 윤주가 지수를 알아가길 바랐다. 그래서 선영과 많은 이야기를 못 나눴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고 나와서야 선영에게 ‘나는 네가 더 좋아졌어’라고 말했으니까. 우리 사이에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다시 작품에서 만나면 그땐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류선영_상희 언니가 나랑 얘기를 잘 안 하려고 하더라. (일동 웃음) ‘언니, 난 잘 모르겠어. 우리 얘기 좀 해’라고 했는데. 언니는 단편 <바캉스>(2014)로 감독님과 한번 작업한 경험도 있지만 난 모든 게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연기를 할수록 지수가 외로워 보였다. 바람 부는 넓은 들판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다.

-퀴어 멜로극에 대한 영화 내외적인 부담은 없었나.

=류선영_전혀. 지수와 윤주 사이의 감정, 그 관계만 봤다. 두 사람이 사랑해서 만난다는데 무슨 상관인가.

이상희_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이 없고 자유로운 선영이 신기하고 부럽다. 동성애 코드가 있던 <바캉스>도 뭔가 퀴어물에는 다른 정서라는 게 있지 않을까, 라는 환상이 있었다. 촬영이 다 끝나고서야 ‘별반 다른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이상희는 <바캉스> 때 이현주 감독과 “엄청 싸워댔다”고 말한 적 있다. 이번에는 어땠나.

=이상희_감독님이 워낙에 섬세하다. 나는 둔하고 직설적이고. 서로 다른 성격이라는 걸 안 뒤라 이번에는 거의 안 싸웠다. 되레 그때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만약 다른 감독님이 <연애담>의 대본을 줬다면 출연했을지 잘 모르겠다. 자극적인 시선은 최대한 배제하고 담백하게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연애 관계를 그리고 싶어 하신다. 오히려 이번에는 감독님과 선영이 많은 얘길 나눈 듯하다. 스탠바이됐는데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서는 40분씩 얘기를 하고 오더라.

류선영_감독님 얘길 거의 듣고 있었다. 또 감독님이 ‘나보다는 네가 지수를 더 잘 알 거다, 지수가 어떻게 할 것 같으냐’며 계속 물으시더라.

-류선영은 배우 류혜영의 친언니다.

=류선영_자매가 배우로 사는 운명이니 어쩔 수 없다. 다만 내가 장녀다보니 언니로서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있다. 내 작품, 내 행동이 혹 동생에게 영향을 끼치면 어쩌나 하는. <연애담>의 관객 중에 ‘저 류혜영 배우 팬이에요’라는 분들이 꽤 계셨다. 감사합니다.

이상희_나한테는 ‘류 자매 팬입니다’라고 하시더라. 감사합니다, 했다. (일동 웃음)

-이후의 행보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상희_무엇보다 <연애담>이 꼭 개봉되길. 더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7년의 밤>(감독 추창민)에서 무녀로 짧게 나오고 저예산 옴니버스영화 <노맨스 랜드>도 찍고 있다.

류선영_<연애담> 개봉, 간절하다. 나도 상희 언니처럼 빨리 캐스팅이 돼야 하는데. <연애담>을 보는데 왜 사람들이 ‘이상희, 이상희’ 하는지 알겠더라. 사실 나는 늘 촬영 중인데 개봉조차 안 되고 사라진 작품들이 많다. 어떤 배우? (휴대폰을 뒤적이며) ‘어떤 것에 대해서 깊고 자세히 통해서 안다’는 의미의 정통(精通), 연기에 정통인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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