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무대 인사 중인 김동호(왼쪽에서 세 번째) 집행위원장.
지난 5월9일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은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하 김동호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아 현 상황을 수습하고, 올해 부산영화제를 잘 치르기로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서병수에서 김동호로 조직위원장만 바꾸는’ 이른바 ‘원포인트 정관개정’에 합의한 것이다. 올해 영화제를 열기 위한 준비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한에 몰린, 양쪽 다 수용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로 보인다.
돌이켜보자. 부산영화제 사태의 시발은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다툼이다. 초청작으로 선정한 작품을 상영하지 말라는 부산시장의 공개적인 ‘개입’에, 영화제의 독립적인 고유 권한이라며 상영을 강행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하 이용관 전 위원장)에 대한 ‘보복’이 명백한 ‘팩트’다. 예산 삭감, 감사원 감사와 이용관 전 위원장 검찰 고발, 기소로 이어진 일련의 상황은 상식적인 국민은 물론 전세계 영화인들이 공분한 ‘이용관 탄압=부산영화제 탄압’이라는 단일한 전선이었다.
부산영화제가 애초 가지고 있던 원포인트 정관개정안의 핵심도, 부산시장의 <다이빙벨> 상영 취소 요구에서 시작된 ‘이용관 전 위원장과 부산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보복, 탄압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부산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정관개정에 대한 전권을 새 조직위원장에게 일임’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었다. 조직위원장 이름 하나 바꾸자고 20개월 동안 싸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이날 부산시가 내놓은 이후 개정할 정관은 ‘임원 선출 시 지역 참여성과 전문성을 제고’, ‘집행위원장에 집중된 권한을 재조정’, 주로 영화인들인 ‘자문위원의 의결권 제한’, ‘법인 사무와 재산 상황에 관한 검사•감독 규정 명문화’ 등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는커녕 부산영화제를 장악하겠다는 속셈을 공표한 것이다. 부산시로서는 올해 영화제가 못 열리는 파행은 면하고, 영화계의 사분오열까지 조장하는 훌륭한 출구전략인 셈이다.
부산시와 영화제의 공동 발표문 어디에도 김동호 위원장과 같은 부산영화제 창립 공신인 ‘이용관’의 이름 석자는 찾아볼 수 없다. 부디 이 칼럼이 머지않아 부산시의 선의와 김동호 위원장의 역량을 오판한 글로 판명되어서, 사과하는 글을 쓰고 싶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