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최근 ‘사후관리신고센터’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는 ‘사전심의부터 사후관리까지?’라는 글을 통해 영등위의 실효성 없는 과잉규제를 비판한 바 있다. 솔직히 입장은 다르지 않다. 칼 들고 설치는 어린아이를 보는 느낌이다.
이와는 별개로 최근 넷플릭스가 서비스하고 있는 영상물과 관련된 논란이 있다. 느닷없이 블러 처리를 하거나 멀쩡하게 서비스되던 작품이 목록에서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 역시 배후에 영등위의 칼날이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특히 블러 처리에 주목하고자 한다. 공중파든 IPTV든 방송국들은 흡연 장면을 블러 처리하고 있다. 심지어 유료 VOD 서비스에도 블러 처리 장면이 등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등급분류가 끝난 영화들에 블러 처리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제작하는 드라마에 블러 처리를 하는 것이야 이해할 수도 있지만 남의 저작물, 그것도 등급분류가 끝난 저작물에 가위질을 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제29조 6항은 ‘누구든지 제1항의 규정(상영등급의 분류)에 의하여 분류받은 상영등급을 변조하거나 상영등급을 분류받은 영화의 내용을 변경하여 영화를 상영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95조)’.
그렇다면 등급분류 이후에 진행된 블러 처리는 ‘영화의 내용을 변경’하는 행위에 해당될까? 상식적으로 변경된 것이 맞다. 영등위는 그런 처리를 실제 변경으로 인정하고 등급분류 신청 취소 및 재신청에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송국 사장님들은 재판정에 서야 하고 징역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등위는 직무유기 중이다. 또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방송통신심의위원회)을 들어 블러 처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영비‘법’이 행정기관의 ‘규정’보다 우선이라는 점에서 기각되어야 한다. 또한 저작권법 제13조 동일성유지권(‘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에도 위배된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기왕 영등위가 일하고 싶어 하니, 우리 모두 블러 처리된 작품을 볼 때마다 신성한 영등위의 권한에 도전장을 내민 사장님들을 사후관리신고센터에 신고하도록 하자. 모처럼 영등위가 밥값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