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세는 게 촌스러운 일이라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생일을 기념하는 건 자축보다는 반성의 기회를 얻기 위한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당신이 누구인가를 알고 싶다면 당신 주변을 둘러보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라. 오늘의 나는 어제의 시간들이 쌓인 결과이고 숱한 체험들은 기억이란 이름으로 기록된다. 21주년을 기념해 지난 21년간 <씨네21>이 해마다 선정한 ‘올해의 한국영화’를 다시 꺼내보기로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기록들은 <씨네21>의 기억이자 한국영화가 걸어온 발자취의 일부다. <씨네21>과 한국영화가 함께 성장해온 키재기판의 흔적을 쓰다듬으며 앞으로의 21년 동안 어떤 발자국을 남겨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고자 한다. 때론 멀리서 봐야 보이는 것들도 있다. 일련의 리스트를 한 호흡으로 읽다보면 한국영화가 걸어온 어떤 흐름이 손에 잡힐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씨네21>을 사랑해준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선물이라 믿으며 이 리스트들을 전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이 아름다운 영화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