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사진제공 영상물등급위원회
4월4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영상물 사후관리 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디지털 기술 발달로 영상물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IPTV와 VOD 서비스, 스마트폰 등으로 다양해짐에 따라 영상물 사후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영등위는 ‘국민의 자발적 신고와 참여를 통해 위법 영상물을 관리, 조치하는 신고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청소년들이 보다 안전하게 영상물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등급분류 제도의 실효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영등위의 주장은 타당한 걸까.
영등위의 등급분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 근거한다. 영비법 제정 당시에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온라인 유통이 활발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비법의 영화라는 개념은 오프라인에 한정되어 있으며, 비디오물도 ‘통신장치’에 의한 재생이라는 문구가 정의에 포함되어 있지만 온라인 유통을 본격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영등위가 사후관리 신고센터 운영의 근거로 제시한 IPTV 등의 VOD 서비스나 TV, 스마트폰 등을 아우르는 OTT 서비스 등 온라인 플랫폼은 엄밀히 말해 영등위의 업무 범위가 아니다. 규제 영역도 아닌데 규제를 하겠다고 변죽만 울리고 있는 셈이다.
사후관리 신고센터를 통해 유해영상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논리도 근거가 빈약하긴 마찬가지다. 이른바 ‘인터넷상의 불법 음란물 유통 문제’에서 주요한 유통 경로로 지목되는 포털, 웹하드, P2P, SNS, 인터넷 방송, 인터넷 커뮤니티 등은 영비법의 규제 영역이 아니며, 불법 음란물의 대다수도 영등위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사안은 영등위의 등급분류 제도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청소년이 안전하게 영상물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지만 큰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느닷없이 사후관리를 강조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영화계가 등급분류의 민간 자율제도 개편을 주장해 조직 존속을 위한 대응 논리 개발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다르게는 조직의 장기적인 존속을 위해,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는 온라인 VOD 콘텐츠 내용 규제에 영등위의 역할을 제고시킬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후관리 신고제의 시행은 신중해야 한다. 이미 시행 중인 사전심의에 또 다른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과잉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