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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부산을 샅샅이 뒤져 만들어낸 장면들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6-04-15

<스틸 플라워> 박성진 프로듀서

영화 2016 <자전거>(단편) 연출 2015 <스틸 플라워> 프로듀서 2014 <들꽃> 프로듀서 2014 <허들>(단편) 연출

“프로듀서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 겸손의 뜻으로 한 얘기든 솔직하게 털어놓은 얘기든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답변은 아니다. 순제작비 3천만원으로 15회차(보충촬영 제외) 촬영을 진두지휘하는, 베테랑 프로듀서에게도 만만치 않은 임무를 프로듀서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이뤄낸 것은 그 사실만으로 충분히 박수 받을 일이다. 박석영 감독이 그를 두고 “재능 있는 단편영화 감독이기도 한 그는 언제나 헌신적이고 현실적인 PD”라고 제작기에 소개한 것도 그의 열정과 겸손한 태도를 높이 사서 한 얘기일 것이다.

제작 진행 난이도를 상, 중, 하로 나눈다면 <스틸 플라워>는 단연 ‘상’에 해당한다. 제작비가 넉넉한 편이 아니고, 로케이션과 오픈 세트 촬영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밤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이중에서 제작진이 가장 공을 들인 건 “공간 섭외”였다. 촬영 전, 박석영 감독은 공간의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놓았다. “산동네에 주인공 하담이 머물고 있는 집이 있고, 그곳에서 내려오면 해운대가 보이고, 그 근처에 하담이 일을 하는 횟집이 위치해 있는 그림”이 그것이었다. 박성진 프로듀서와 부산 출신의 연출부 세명이 부산 일대를 이 잡듯이 뒤져 <들꽃>을 촬영한 서울의 아현동 재개발지역 같은 공간을 찾아냈다. 제작비가 넉넉지 않았지만, “부산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연산3동을 포함해 해운대, 서면, 남포동, 송정해수욕장(하담이 바다를 마주하고 탭댄스를 추는 곳)에서 촬영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박성진 프로듀서가 박석영 감독과 함께 작업한 건 <들꽃>에 이어 두 번째다. 한 독립영화 현장에서 촬영감독과 붐 오퍼레이터로 만나 인연을 맺었다. “단편영화 <허들>을 연출해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 초청받고, 상을 받았지만 여전히 영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 내게 박 감독님과의 작업은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는 게 박 프로듀서의 얘기다. 그는 박석영 감독의 차기작인 <재꽃>에서 조감독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들꽃>과 <스틸 플라워>에서 연달아 프로듀서를 맡은 까닭에 감독님의 연출 방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이번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참여하게 해달라고 부탁드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현재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4학년 졸업반이기도 한 박 프로듀서는 졸업작품으로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데, 앞으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진중한 각오다.

손목시계

영화 작업이 시작되면 박성진 프로듀서는 평소에 차지 않던 손목시계를 찬다. 박석영 감독에게 선물받은 시계다. 언제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박 프로듀서는 박석영 감독이 시계를 주면서 했던 얘기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게 찍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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