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총회원 106명의 정관을 개정하기 위한 임시총회 소집 요구에 부산시는 법원에 신규 위촉한 자문위원의 효력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다. 이에 영화인들은 부산시가 전향적인 해결방안을 내놓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을 경우 ‘전면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초강수를 던졌다. 극적 봉합 아니면 파국을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서병수 부산시장 취임 이후 부산시 문화 행정 전반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장이 물러나고 민간 이사장을 들인다고 해놓고 사전에 내정한 특정인 임명을 강행한 부산문화재단 파동을 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부산문화회관 관장, 부산시립미술관 관장, 부산시립교향악단 지휘자 등 ‘인사’마다 뒷말이 무성했다. 최근 전격적으로 처리한 ‘느닷없는’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선임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이라는 거창한 ‘시정 목표’가 구두선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드러난 지 오래다. 게다가 현실과는 영 딴판으로 가고 있는 ‘시책’으로 보아 이미 부산이 ‘문화로 융성’하기는 틀려먹은 듯하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부산국제영화제를 어떻게 복원할지 머리를 싸매도 모자랄 판에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이라는 전형적인 관제 냄새가 흠씬 나는 행사다.
한 지역신문은 ‘사설’까지 동원해 ‘오는 10월1일부터 23일까지 부산 전역에서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새로운 개념의 융복합 한류축제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불꽃축제, 부산아시아송페스티벌, 게임뮤지컬, 드라마 뮤직콘서트, K팝 공연 등 부산의 브랜드 축제들과 폭발력 있는 새로운 공연들을 망라하고 있다’고 친절하게 홍보도 한다. 국•시비(55억원)와 민자(45억원)를 포함해 100억원에 달하는 이벤트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십분 ‘활용’해 한류스타들을 ‘동원’한 여러 이벤트를 열어 중국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속셈인 행사다. 지난해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던 ‘부산영화관광축제’(물론 부산시가 직접 한 행사는 아님)의 확장판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니다. ‘21세기판 국풍81’이냐, 10여년 전 경기도 일대에서 허풍선이를 앞세워 몇년간 우려먹었던 ‘한류우드’ 복제판이라는 등 비아냥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일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오죽하면 부산의 문화 예술인과 시민이 망라된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시민문화연대’를 결성하고, 부산국제영화제 파행이 계속될 경우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나섰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