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웠다. 누가 이겼냐고? 원더우먼이 이겼다. 말도 안 되지만, 이게 정답이다. (이하 )를 본 관객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은 평론가, 기자 등 이른바 전문가 집단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런 평가의 바탕에는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 기대했던 것만큼 압도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지지부진한 싸움에 반해 DC코믹스의 여성 히어로 원더우먼은 75년 만의 실사영화 첫 등장만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팔을 X자로 겹쳐서 둠스데이의 공격을 막아내는 장면은 그녀가 신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원더우먼은 아마조네스의 여왕 히폴리타가 진흙으로 빚어 올림피아의 신들에게 삶을 부여받은 여신으로 설정됐다. 원더우먼의 나이가 5,000살이라는 설정 또한 이 때문에 가능하다.
신적 존재인 원더우먼의 캐스팅은 과장하면 ‘신의 한 수’였다. 원더우먼을 연기한 배우는 2004년 미스 이스라엘 출신의 갤 가돗이다. 시리즈에서 크롬 장식의 번쩍번쩍한 자동차 또는 ‘레티’ 역의 미셸 로드리게즈에 시선을 뺏기지 않은 관객이라면 그녀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시리즈에서 갤 가돗은 ‘한(성 강)’의 연인 ‘지젤’을 연기했다. 7편까지 제작된 성공한 프랜차이즈 영화에 출연했지만 갤 가돗은 대중의 눈에 확실하게 도장을 찍지는 못했다. 그런 그녀가 완벽한 원더우먼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갤 가돗이 원더우먼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DC코믹스의 극성 팬들은 우려부터 표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갤 가돗의 원더우먼을 반대한 이유 가운데에는 그녀가 너무 말랐고 가슴이 작다는 거였다. 몸매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원더우먼의 코스튬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1970년대 TV시리즈의 원더우먼을 연기한 린다 카터와 비교되기도 했다. 갤 가돗도 이런 팬들의 불만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대한 팬들의 비판을 가볍게 웃어 넘겼다. “어렸을 때는 그런 지적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마조네스는 가슴이 한쪽만 있었다고 한다. 화살을 쏠 때 방해되기 때문에 없앤 것이다. (영화에서) 실제 아마조네스처럼 할 필요는 없다.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갤 가돗은 쿵푸, 킥복싱, 검술 훈련, 주짓수 등의 운동을 통해 8Kg의 근육을 만들었다.
그녀의 몸매에 대한 불만은 웃어넘길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방위군(Israel Defense Forces)에서 트레이너로 복무했던 갤 가돗이 2014년 가자 지구에 폭격을 가한 이스라엘을 옹호한 페이스북 글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논란 거리였다. 원더우먼을 연기하기로 이미 확정된 상황이기에 논란은 더 거셌다. 원더우먼은 다른 영웅들처럼 정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 공개된 이후 갤 가돗의 원더우먼은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웠다. 영화 속 프린세스 다이애나/원더우먼은 매우 아름답고 엄청나게 강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 존재감에 영화의 부제를 ‘저스티스의 시작’이 아닌 ‘원더우먼의 시작’으로 바꿔야 한다는 농담이 가능할 정도다. 갤 가돗의 몸매에 딴지를 걸었던 코믹스 팬들은 자신들의 발언을 철회해야 할 정도였다. 이런 평가는 갤 가돗 스스로 노력한 결과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기억에서 가자 지구 폭격이 잊혀진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2020년까지 계획된 DC 확장 유니버스의 본격 시작인 에 등장한 무수히 많은 ‘떡밥’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가장 궁금한 떡밥은 약 100년 전에 촬영된 원더우먼의 사진이다. 2017년 6월23일 개봉 예정인 이 기대되는 이유다.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 갤 가돗의 원더우먼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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