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아나운서이자 여행 작가인 손미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인과 같이 일할 기회가 생기면서, 그녀가 교장으로 있는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에 대해 알게 되었다. 2008년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런던에서 시작한 이 학교는 2015년 서울에 개교하기까지 멜버른, 이스탄불, 안트베르펜 등 세계 아홉 개 도시에 분교를 두고 있는 비정규 학교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인생’에 관해 알려주는 학교라고 하겠다.
비록 강의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tvN의 새 예능 프로그램- 단기속성 액팅클라스- <배우학교>의 포스터를, 티저 광고를 볼 때부터 인생학교가 오버랩되었다. 배우 박신양의 눈빛 때문이었다. 그의 눈빛은 1996년 그가 데뷔한 양윤호 감독의 영화 <유리> 속의 그것과 변함이 없었다.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 같은데 결국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흔해진 체험형 예능의 범주에서 시선을 벗어나게 했다. 중견배우 이원종, 로봇연기로 다시 유명세를 탄 젝스키스 출신의 장수원, 작가 유병재 등 7명이 배우학교의 학생들이다. ‘여긴 못해도 되는 곳이야!’라고 일갈하며 ‘진심이 보이지 않는데요’라고 나직이 상대방의 진심을 간파하는, 그곳이 배우 박신양의 배우학교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지 예능 프로그램인지, 그 가운데 어딘가인지 정확한 장르를 구분하기가 회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긴 한다. 하지만 쓰레기 봉지 안에 갇혀 있는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바닥에서 몸부림치는 장수원의 모습을 보고 나면, 이 프로그램에서 말하려고 하는 연기에 대한, 인생에 대한 진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물론 그 대부분이 배우 박신양의 진심이자 진심을 담은 연기력에 빚지고 있음은 확실하다.